[tbs 집중리포트] 천차만별 대학 입학금, 어디에 사용하나?

류밀희

graven56@tbstv.or.kr

2016-02-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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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 며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는
    대학교 이름이 오르곤 했습니다.
    바로 신입생들이 등록금을 내는 기간이기 때문인데요.
    등록금 고지서에는 신입생들에게만 부과하는
    '입학금'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별로 이 금액이 천차만별인데다가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tbs 집중리포트에서 대학 입학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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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는 손나영(가명)씨.

    대학생이 된다는 설렘도 잠시,
    등록금 고지서를 받고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450만 원이 넘는 등록금 가운데,
    10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 신입생만 내는 입학금이었습니다.

    <인터뷰> 손나영(가명) / 대학교 신입생
    "저는 당연히 그 금액을 내라고 해서 그냥 냈는데
    입학금이 있는지는 잘 몰랐어요."

    입학금에 대해 모르는 건 손 씨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민재 / 신입생
    "고지서를 출력하는데 등록금(수업료) 말고
    또 자질구레한 게 많이 있더라고요.
    입학금이란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인터뷰> 우윤아 / 신입생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고요.
    그리고 여기 합격하고 나서
    내야 된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존재 자체도 몰랐던 입학금.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학생들은 잘 몰랐습니다.

    <인터뷰> 김민재 / 신입생
    "음…. 입학할 때 하는 행사?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인터뷰> 우윤아 / 신입생
    "… 모르겠어요. 왜 내죠? 왜 내는지 모르겠어요."

    <스탠딩> 류밀희 / (graven56@tbstv.or.kr)
    "학생들은 대학 입학금을 왜 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에 사용되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학 등록금(수업료)과는 별개로 징수되는 대학 입학금.
    과연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 걸까요."

    2015년 기준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교
    80곳을 조사한 결과,
    90만 원 이상을 받고 있는 학교는 29곳(36.25%),
    70만 원 이상 90만 원 미만은 35곳(43.75%)에 달했습니다.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고려대학교로 103만 원.

    서울시립대학교가 9만 원인 것에 비하면
    학교별 편차는 상당히 큰 편입니다.

    고려대학교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입학금이 입학에 관한 경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등록금과 합산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박세훈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학교에다가 ‘103만 원에 대한 근거를 보여 달라’라고 하면
    103만 원에 대한 근거는 없다고 얘기를 하는 거죠."

    현행법상 입학금은
    '학교의 설립자나 경영자는 수업료나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
    고등교육법과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라는
    교육부령이 전부입니다.

    즉, 대학이 제멋대로 입학금을 징수하고 있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이렇게 입학금의 용도와 산정 근거가 모호하기에
    대학들은 수업료와 함께 주된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희원 분과원 / 청년참여연대 청년과대학분과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입학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교직원 인건비나
    학생 복지비로 사용하고 있다고 대답을 했는데요.
    이것은 등록금과 전혀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홍익대학교의 경우 입학금을
    '학생 신분을 취득하는데 필요한 비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대학생이 되는 입회비로
    10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내는 겁니다.

    이 외의 대부분 대학은 입학금을
    별도 지출 항목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며
    정확한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단재민 / 경희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약간 회피를 하는 건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정확하게 공개를 할 때
    '우리는 제대로 하고 있다'고 명시는 하지만
    이게 저희가 봤을 때는
    그렇게 명확하게 공개한 것 같진 않고
    일단 계속 요청해서 자료를 받아보려고 하고 있고요."

    전문가는 대학들이 산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입학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연덕원 연구원 / 대학교육연구소
    "징수 목적이나 산정 근거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대학들도 재량적으로 임의적으로, 관행적으로 편성을 해오다 보니까
    실제 입학금을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책정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정확하게 답변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는
    입학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는 채
    10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울며 겨자 먹기로 내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손나영(가명) / 신입생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지만
    한 달 일해서 50만 원을 채 못 받을 때도 있는데
    두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니까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부담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인터뷰> 조향미 / 신입생 학부모
    "일방적으로 '입학금이 얼마다' 혹은
    '학생회비가 얼마다' 이러는 것보다는
    자료가 있을 거니까
    '전년도 대비해서 이러이러하기 때문에
    학생 수 대비 경비 얼마'를 계산해서
    산출된다고 알려주면
    학부모로서는 훨씬 더 믿음이 가겠죠."

    이와 관련해
    교육부에 관련된 규정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전화인터뷰> 염기석 과장 / 교육부 대학장학과
    "입학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도록 돼있는 것은 없고요.
    이제 그 입학금이 결국은
    학교에 필요한 경비에 쓰게 되는 거죠.
    학교에 필요한 시설이라든지, 인건비,
    그리고 필요한 각종 기자재를 산다든지
    이런 형태로 다 쓰이게 되는 거죠."


    이렇게 신입생 관리와 무관한
    홍보비나 시설비 등으로 사용하더라도
    관리나 제재가 곤란한 상황.

    국민권익위원회는 입학 관리를 위한 지출 항목을
    법령에 규정하고,
    이에 근거해 '입학금 산정집행·세부 지침'을 마련하라고
    지난 2013년에 교육부에 권고했지만
    아직까지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전화인터뷰> 안민석 / 국회의원
    "입학금의 거품을 빼고 책정 기준을
    대학이 아닌 교육부가
    합리적으로 투명하게 정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죠."

    <스탠딩> 류밀희 / (graven56@tbstv.or.kr)
    "합격이라는 기쁨에 취해 덜컥 내버리게 되는 대학 입학금.
    학생들은 자신들이 낸 돈이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지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tbs 류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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