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기획부동산에 내몰리는 임차상인

문기혁

gyugi@tbstv.or.kr

2015-10-0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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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리금은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또는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주는 일종의 ‘자릿세’ 개념인데요. 관행으로만 여겨지던 권리금은 올해 5월 법이 바뀌면서 법의 보호를 받게 됐지만 관련 제도는 허점이 많아 힘없는 임차상인의 권리금은 여전히 약탈 대상이 되곤 합니다. tbs 집중리포트에서는 이 허점을 이용해 임차상인을 내몰리는 ‘부동산 장사꾼’ 기획부동산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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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피켓을 든 임차상인들이 건물주의 집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이전 임차상인에게 줬던 권리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가게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현민씨와 또 다른 옷가게의 민상기씨 부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회자씨 부부까지.

    건물 1층에 나란히 자리 잡은 이들은 지난해 여름 건물주로부터 계약이 만료되는 대로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들은 건물주의 갑작스런 퇴거 요청 뒤에 일명 ‘기획부동산’으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현민 / 임차상인
    "건물주가 위임을 했다. 기획부동산한테. 그래서 그쪽이 위임을 해서 기획부동산이 변호사를 선임을 해서 저희 임차상인 세 분을 묶어서 같이 묶어가지고 명도소송을 한 상황이에요."

    피해자들은 “기획부동산이 우리를 무일푼으로 내쫓아 권리금 없는 빈 점포로 만들고, 빈 점포에 더 많은 임대료를 줄 수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등 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법률적인 문제까지 주도적으로 맡아 진행한다며 증거 자료로 건물주와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녹취> 정현민씨와 건물주의 대화 녹취록(2015년 8월 6일)
    "모든 해결 방법은 부동산이 다 맡아가지고 한다는 걸 내가 하니까 그런 건데. 부동산 다 믿고 내 일을 처리를 다 맡긴 거지 책임을…."

    이에 대해 건물주는 임대차기간의 만료로 임차인이 나가게 된 거라며 이 과정은 모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중개업자가 법적인 문제까지 관여하는 것은 일반적인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이를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엔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영주 / 변호사
    "법률적인 분쟁을 해결해주겠다고 나서거나 변호사를 알선하거나 해서 그 과정 속에서 이익을 취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3년 전 빈 공간을 빌려 장사를 시작한 신가람씨는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권리금 장사에 당한 경웁니다.

    신씨는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 빈 점포에 대한 일종의 자릿세인 ‘바닥권리금’을 내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건물주도 모르는 중개업자의 권리금 장사였음을 알게 됐습니다.

    <인터뷰> 신가람 / 기획부동산 피해자
    "제가 계약할 당시에 건물주 분은 바닥권리금을 받아 달라고 의뢰를 한 적이 없는데 부동산 업자 마음대로 저한테 1,000만원이 있다고 해서 받아 놨던 거고…."

    신씨의 주장에 따르면 결국 신씨는 불필요한 권리금을 냈고, 심지어 권리금 거래의 당사자도 아닌 중개업자에게 권리금을 헌납한 셈입니다.

    신씨는 건물주와 중개업자의 대화 녹취록을 바탕으로 해당 사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건물주와 중개업자의 대화 녹취록(2013년 7월 29일)
    (바닥권리금이 어디 갔냐고요. 사장님? 그 돈이 어디로 갔냐고요. 지금?) 지금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게 아니고. 사장님이 가지신 거죠?) 가지고 있죠. (가지신 거죠? 말은 정확히 해야 돼요. 가지신 거죠?) 그거는, 그거는 아니에요. (그건 주인한테 얘기를 안 하고 가지신 거죠?)

    <기자브릿지>문기혁(gyugi@tbstv.or.kr)
    이처럼 기획부동산은 임차상인들의 권리금을 이용해 이윤을 챙기는 장사를 하고 있는데, 이게 가능한 건 권리금 관련 제도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하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개정 법 곳곳에는 합법적인 권리금 약탈의 여지를 남겨놔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임영희 사무국장 /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재건축을 한다고 할 때 실질적으로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장이 안 된다거나, 혹은 임대인이 정말 의도를 갖는다면 법의 어떤 사각지대들을 통해서 1년 반 동안 가게를 비영리로 놀린다거나, 혹은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서 권리금 약탈이 아직도 가능한 부분들이 있죠."

    중개업자가 부동산 중개행위로 받을 수 있는 수수료의 상한선이 있는 것과 다르게 권리금은 기준이 없는 것도 기획부동산이 상인들의 권리금을 갖고 장사를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 시 법에서는 중개 보수요율로 상한선을 두고 적정 수준에서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리금은 뚜렷한 기준이 없어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거둬들이려 합니다.

    <인터뷰> 김영주 / 변호사
    "더 많은 금액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권리금 쪽, 권리금 양도, 양수 쪽에 주로 더 집중을 해서 일을 하게 되고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도 법에서 일정한 업무 범위에 놓고, 요율이나 이렇게 제안을 하는 그런 식의 규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무자격 중개업자의 불법중개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기획부동산을 양산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무자격 중개업자가 계약서 작성 등 불법중개행위를 하는 건데, 중개법인은 영업을 위해 구인, 구직사이트 등에서 보조원을 대거 채용해 불법중개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직자로 가장해 한 중개법인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녹취> 중개법인 관계자
    (일반 보조원들도 계약서도 작성도 하고요?) 네네. 그래서. (자격증 없어도요?) 네.

    전문가들은 중개보조원을 통한 이 같은 영업행위는 기획부동산 형태의 권리금 장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무자격 중개행위에 대한 실태 파악과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선종필 대표 / 상가뉴스레이다
    "관에서는 이런 고용종사자에 대한 창업 컨설팅 시장이나 이런 쪽에 대한 이직률이 워낙 심하다 보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 아예 손을 못 대고 있는 건데, 뭔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허점 많은 제도와 행정당국의 무관심 아래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기획부동산.

    허점을 이용해 비집고 들어가는 기획부동산에 힘없는 임차상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tbs 문기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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