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중권 "(조국 사태) 진영으로 나뉘어 미쳐버린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전덕환

tbs3@naver.com

2019-09-30 22:17

프린트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사진=tbs>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사진=tbs>
  • 내용 인용시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와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2019. 9. 30. (월) 18:18~20:00 (FM 95.1)

    ● 진행 : 김지윤 박사

    ● 대담 :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 <감각의 역사>, 본격적인 이론서로 그간 썼던 대중서.교재용관 달라
    - 독자층 맞추기 보다 이론적 기획에 맞춰 자유롭게 쓴 '첫 번째 책'
    - 감각이 배제됐던 철학... 이를 복구하기 위한 최초의 학문이 '미학'
    - '감각 자본주의' 시각 뿐 아니라 촉각, 후각 등 감각 활용한 디자인 多
    - 최근 윤리적으로 패닉상태...운동가 들으며 하염없이 눈물도
    - 진보가 기득권 되어버려... 젊은 세대에게 정말 미안



    ▶ 김지윤 : 오늘 가장 주목 받은 이슈 그리고 인물을 인터뷰하는 스포트라이트, 오늘 첫 손님 정말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미학과 서양 미술사 관련해서 이분만한 전문가가 또 없으시죠. 최근 <감각의 역사>라는 책을 통해 우리의 잠들어있는 감각을 새롭게 깨우고 계십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님 모시고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진중권 :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 김지윤 :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지금 감각의 역사, 꽤 두꺼운 책이에요, 이게.



    ▷ 진중권 : 네. 엄청 두껍죠? 3년 작업했습니다.



    ▶ 김지윤 : 3년이요?



    ▷ 진중권 : 네.



    ▶ 김지윤 : 그러셨구나. 그런데 이 책 얘기하기 전에 일단은 책은 열심히 읽어야 되는 책 같아 보여요. 그냥 이렇게 누워서 읽을 수 있는 그런 쉬운 책은 아닌 것 같은데, 먼저 이제 그걸 여쭤보려고 하는데, 전화를 번호가 아직도 016이라고.



    ▷ 진중권 : 네. 슬라이드폰 한 10년을 쓰다가 얼마 전에 운명하셨습니다.



    ▶ 김지윤 : 정말요? 이제는 바꾸셨어요?



    ▷ 진중권 : 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해 가지고 삼성 접히는 폰 있잖아요, 왜. 삼성 폴더폰이라고.



    ▶ 김지윤 : 그거 애들이 공부 안 할까 봐 스마트폰 쓰면 엄마들이 애들 공부하라고 사주는 것 아니에요.



    ▷ 진중권 : 그래서 번호 아직도 016입니다. 끝까지 지킬 겁니다. 싸울 겁니다. 투쟁할 겁니다.



    ▶ 김지윤 : 특별히 왜 016을 고집하세요?



    ▷ 진중권 : 아니. 제가 보수적이에요. 그냥 쓰던 걸 계속 쓰고, 입던 것 계속 입고, 가던 식당 가서 맨날 주문하던 것 똑같이 주문하고 그래요.



    ▶ 김지윤 : 그래도 요새는 스마트폰 가지고 하는 게 많잖아요. 책도 읽고, 앱도 많고,



    ▷ 진중권 : 네. 앱은 별로 사용할 일이 없고요. 제가 능력이 안 되고요. 뭐라 그러나, 태블릿PC라고 하나요?



    ▶ 김지윤 : 태블릿PC, 네.



    ▷ 진중권 : 그게 있어 가지고 논문 다운로드 받고 그러니까 큰 불편은 없습니다.



    ▶ 김지윤 : 그렇군요. 일단 궁금증을 해소를 했으니까 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감각의 역사, 사실 이제 한국에서 나온 한국도서 치고 상당히 두꺼워요. 상당히 두껍고, 글씨도 그렇다고 큰 것도 아니고, 저는 사실 읽어봤는데, 조금 너무 어렵더라고요. 도대체 누구를 독자층으로 생각하고 쓰신 건지,



    ▷ 진중권 : 출판사에서 상당히 난감해 하더라고요.



    ▶ 김지윤 : 싫어했을 것 같아요, 제가 봐도.



    ▷ 진중권 : 그래 가지고 사실은 그냥 본격적인 이론서거든요. 그동안에 제가 썼던 책들은 <미학 오디세이>라든지 아니면 그런 대중서고, 그다음에 서양미술사와 같은 학교에서 교재로 쓸 수 있는 이런 것들을 썼다면, 물론 거기도 내 생각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나만의 이론적 기획을 이번에 처음 시작한 거죠.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러니까 어드밴드스 리더라고 하나요? 뭐라 그러지, 진전된 독자, 조금 철학사를 공부한 분들을 대상으로 한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쉬운 대중성인 줄 알고 샀던 분들이 지금 원성이 있습니다. 그래 가지고 앞으로 진중권 선생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로.



    ▶ 김지윤 : 학교에다가 배포를 하시려고 일부러 그렇게 하신 게 아닌가. 교재용으로 쓰게 하면 오히려 안정적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그런 인터뷰를 하셨더라고요. 본인이 쓴 최초의 책이다. 나온 건 얼마 안 됐잖아요.



    ▷ 진중권 : 그동안에 책을 썼는데, 그건 대개는 이제 대중서고,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요. 생활을 해야 되니까, 저 같은 경우는 안정된 직업이 없었고, 두 번째로는 대충 교재용이었잖아요. 그런 것들은 이미 이제 확립된 이론들은 대중적으로 쉽게, 물론 거기 제 생각도 들어갑니다만 그랬던 거였는데, 나만의 이론적 기획을 가지고 독자에게 어렵냐, 안 어렵냐, 이런 것 따지지 않고,

    ▶ 김지윤 :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쓴다.



    ▷ 진중권 : 네. 대중서 쓰다 보면 항상 독자가 있거든요. 그래서 얘가 맨날 뭐라 그래요. 야, 어려워. 쉽게 해. 그런데 그런 것 간섭받지 않고 썼던 거죠. 그래서 첫 번째 책이고요. 그다음에 계속 시리즈로 이어질 겁니다.



    ▶ 김지윤 : 시리즈로 이어질 거예요?



    ▷ 진중권 : 네. 이게 이제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철학, 미학, 감각의 역사를 다룬 부분이 있고요. 이런 관점에서 철학사를 새로 쓴 건데, 이런 관점에서 보게 되면 기존의 예술사가 다른 눈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미술사를 감각의 관점에서 다 다시 읽는 작업이 이제 2권 작업이고, 이미 시작을 했고요. 그다음에 3권 작업은 요즘 들어와 가지고 감각이 굉장히 중요시 여겨지고 있잖아요. 오감 디자인들, 뭐 이런 걸 통해 가지고, 그다음에 감각적 체험이 제품에서 굉장히 중요해집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가전제품 회사 로고가 뭐냐, 우리는 가전이 아닙니다. 작품입니다.



    ▶ 김지윤 : 맞아요.



    ▷ 진중권 : 이런 식으로 감각의 체험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는 이런 걸 미학적 자본이라 그러는데, 그런 현상이 있어서 기존의 미학은 이제 미와 예술만 다뤘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이제 그런 현상들이 있기 때문에 미와 예술, 예술과 일상, 사물의 경계가 사라졌거든요. 그래서 사회 속에서 이 감각이라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그 자체가 하나의 경제가 되고 있는지를 다루는 사회학 부분, 이게 세 번째 부분입니다.



    ▶ 김지윤 : 그렇군요. 굉장히 심도 있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이 책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를 해 주신다면?



    ▷ 진중권 : 원래 철학이에요, 사실은. 철학인데, 기존의 철학은 우리가 보면 살다 보면 두 가지가 있잖아요. 이성이 있고, 감성이 있잖아요. 때로는 이성과 감정이 막 충돌하죠. 이성적으로 이건데,



    ▶ 김지윤 : 굉장히 많이 충돌하죠.



    ▷ 진중권 : 요즘 제가 많이 느끼고 있는데, 그런데 철학은 주로 이제까지 철학은 이성 위주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감각을 배제해온 거죠. 그래서 감각은 이제 중세 때만 해도 쾌락, 유교,



    ▶ 김지윤 : 배제해야 될 나쁜 것.



    ▷ 진중권 : 배제해야 할 어떤 것이고, 근대에 들어오게 되면 이성을 위해서 감각을 불신하라고 가르치거든요. 예를 들어서 젓가락을 물속에 넣으면 어떻게 보이죠? 휘어져 보이죠.



    ▶ 김지윤 : 휘어져서 이렇게,



    ▷ 진중권 : 그러니까 감각은 거짓말하는데, 실제로 휘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이성이다.



    ▶ 김지윤 : 눈으로 보이는 그 감각은 휘어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휘어지지 않은 것이다.



    ▷ 진중권 : 그렇죠. 그런데 그게 과도하죠. 과도하기 때문에, 왜냐하면 그게 젓가락이 휘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사실은 우리가 감각을 통해서 알게 되는 거잖아요. 철학은 그런데 그냥 감각과 이성을 갖다 대립시켜 가지고 감각을 배제해왔어요. 그래서 그걸 복구하기 위해서 최초로 만들어진 학문이 미학이라는 학문인데, 원래 미학은 감성학이었어요.



    ▶ 김지윤 : 감성학.



    ▷ 진중권 : 네. 그런데 그게 이제 좁아져 가지고,



    ▶ 김지윤 : 예술을 바라보는,



    ▷ 진중권 : 그렇죠. 좁하진 건데, 그걸 다시 넓히자, 이런 기획입니다.



    ▶ 김지윤 : 그러시군요. 말씀 나누는 가운데, 7763님께서 진중권 교수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라고,



    ▷ 진중권 : 방가방가, 저도.



    ▶ 김지윤 : 또 이렇게 옛날식 인사를 나눠주셨습니다. 그런 부분이 있어요, 책에서. 감각에 대한 연구가 방금 전에 말씀하셨듯이 철학에서 우리가 많이 해 가지고 사실은 중세를 건너오면서 배제시키는, 이성과 배제시키고, 이분법화 시킨다. 그런데 철학에서 나중에는 이제 과학으로 넘어갔다라는 얘기를 하셨단 말이에요.



    ▷ 진중권 : 감각은, 그러니까 철학은 옛날에 모든 학문이 다 철학이었는데, 거기서 다 사회학이 분리되어 나가고, 다 해 가지고, 자연과학도 다 분리되어 나가고 그래 가지고 그것만 남은 거고, 그래서 옛날에 감각론은 되게 재밌거든요. 우리는 본다는 걸 빛이 눈으로 들어온 걸로 보는데, 플라톤 같은 게 아니라 눈에서 불이 뻗어나가요.



    ▶ 김지윤 : 눈에서 불이 뻗어나가요?



    ▷ 진중권 : 네. 광선이 뻗어나가 가지고 사물을 더듬어서 그 형상을,



    ▶ 김지윤 : 그러니까 눈에서 뻗어나가는 레이저 같은 광선이 사물을 더듬어 가지고 우리가 인식을 한다?



    ▷ 진중권 : 그렇죠. 그건 왜 그러냐면 이제 동물들 보면 밤에 안광이 번쩍번쩍 빛나니까 사람의 눈에도 빚이 들어있다, 이렇게 본 거고요.



    ▶ 김지윤 : 굉장히 창의로운데요. 그렇구나.



    ▷ 진중권 : 그런 것들이 너무너무 재밌어요, 사실은. 그래서 그걸 다뤘던 거고, 그런데 나중에 근대에 들어오게 되면 감각 연구는 이제 과학으로 넘어오게 되죠. 재미없어집니다.



    ▶ 김지윤 : 그렇군요. 사실 이제 조금 쉽게 얘기를 해보면 최근에 아까도 잠시 말씀을 하셨지만 광고라든지 이런 제품 얘기를 할 때 기능만 보고 사는,



    ▷ 진중권 : 시대는,



    ▶ 김지윤 : 이제 지났거든요. 그래서 정말 말씀하신 대로 디자인이 어떠냐를 따지게 되고, 기능이야 다 비슷한데, 예쁜 것 사지, 이런 경우도 많고, 저는 사실 그런 경우가 있어요. 그러니까 쇼핑몰 같은 데 이렇게 가잖아요. 그럼 향기가 있어요. 호텔 같은 데도 그 호텔만의 향기가 있고, 그리고 이제 쇼핑을 한다고 하더라도 음악이 이렇게 나오는데, 그런 게 다 뭐라 그럴까, 계획적으로 하고서는 심리학적으로 인증을 받고 그러고서는 트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 진중권 : 네. 의도적인 거죠. 왜냐하면 우리가 이제 디자인 하면 그동안에 시각 디자인만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여러분 핸드폰 날 때 띠링띠링 소리 나는 것, 이게 다 청각 디자인이거든요. 그것도 저작권 다 있는,



    ▶ 김지윤 : 그것도 디자인이라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 진중권 : 그렇죠. 그다음에 아우디 같은 회사는 자동차를 만들게 되면 운전석 있죠. 거기 200℃로 가열을 해요. 그럼 냄새가 나잖아요. 그 냄새를 맡고, 됐어, 안 됐어. 이게 후각 디자인이에요. 굉장히 중요한 게 여행사에서 부스를 두 개를 차려놓고 향수를 각각 다른 걸 쓰고 손님들을 계약 체결률을 보게 되면 차이가 나요.



    ▶ 김지윤 : 정말요?



    ▷ 진중권 : 아무래도 자기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향기를 맡을 때 계약 체결률이 높아지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게 후각 디자인이고, 여러분들 핸드폰 딱 쥐면 뭐라 그래. 무슨 감?



    ▶ 김지윤 : 그립감.



    ▷ 진중권 : 촉각 디자인이죠. 이런 식으로 해서 오감 디자인이 상품 생산에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그런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론이 필요했던 거죠, 제가.



    ▶ 김지윤 : 그렇군요. 그런 것도 있잖아요. VR, 가상현실, 이런 거.



    ▷ 진중권 : 그렇죠. 그것도 사이버, 그러니까 가상적인 체험인데, 지금은 시각하고 청각만 될 건데, 앞으로 더 촉각적인 부분까지도 갈 겁니다, 아마.



    ▶ 김지윤 : 그렇군요. 지금 7763님께서 제목부터 난해합니다. 수면용 도서가 되지 않아야 될 텐데.



    ▷ 진중권 : 그러면 정말 좋은 거죠.



    ▶ 김지윤 : 그런데 저는 사실 미학 오디세이부터 해 가지고서는 진중권 교수님 책을 꽤 읽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건 쉽지 않아요.



    ▷ 진중권 : 책은 굉장히 많은 용도가 있습니다. 읽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라면 받침이라든지,



    ▶ 김지윤 : 그렇죠. 맞아요. 그러기엔 좀 두껍고 아까운데요.



    ▷ 진중권 :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가 있으니까요. 제 책은 이렇게 딱 놓고 베개 곁에 놓고 자면요, 이게 이제 무선 와이어리스로 송신이 됩니다.



    ▶ 김지윤 : 그래서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가는?



    ▷ 진중권 : 네. 들어갑니다.



    ▶ 김지윤 :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씀도 하시고, 네. 어쨌든 그래도 직접 설명을 해 주시니까 제가 읽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이해가 가는 것 같긴 해요. 그래서 오디오북을 한 번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실지.



    ▷ 진중권 : 제가 감당이 안 됩니다. 아무래도 이제 어려운 내용들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말과 글이 있을 때 좀 더 정제되고 깊은 내용들은 글로 쓰게 되잖아요. 말로 하는 건 쉽게 풀어야 될 것 같고, 그런 작업도 있겠네요. 여기 내용을 약간 쉽게 푸는 오디오,



    ▶ 김지윤 : 해제처럼 쉽게 해서 많이 강연 좀 다니셔야 될 것 같아요, 이 책 설명하시러.



    ▷ 진중권 : 그런데 이 책 가지고 강연해 달라는 데는 없네요, 아직.



    ▶ 김지윤 : 막 나왔으니까 이제 곧 나오겠죠. 사실 진중권 교수님 하면 많은 대중들한테 아까도 말씀드렸던 미학 오디세이, 그리고 서양 미술사 책을 시리즈로 내셨잖아요. 그래서 서양 미술사 관련해 가지고 저희가 자주 모시고 싶어요. 미술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고,



    ▷ 진중권 : 네. 그런 얘기라면,



    ▶ 김지윤 : 출연해 주시는 걸로 약속을 이미 저희가 받았습니다. 제작진들 적어놓으시고요. 그래서 이거 한 번 여쭤보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또 가면 어떻게 감상을 해야지 되는지 잘 모르는 분들도 사실 있으시거든요. 미술관에 갔을 때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는 팁, 이런 걸 전달해 주시면?



    ▷ 진중권 : 너무 그런 데 구애받지 마시고요. 그냥 보다가 내가 좋으면 좋은 거고, 안 좋으면 안 좋은 거고요. 조금 더 깊이 알고 싶으면 특히 이제 현대미술이 문제인데, 현대미술은 뭐랄까, 컨셉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러니까 현대미술은 제가 뭐라고 얘기하냐면 현상의 빈곤, 관념의 과잉.



    ▶ 김지윤 : 현상의 빈곤, 관념의 과잉.



    ▷ 진중권 : 별로 볼 것 없는데, 관념이 과잉인데, 이게 이제 과거에는 예술의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 정서적 기능, 감동을 준다라든지 감각적 기능, 보기에 좋다라든지 이런 거였는데, 현대예술은 컨셉추얼 하거든요. 인텔렉추얼, 그러니까 지성적인 쇼크를 주는 거예요, 충격을. 이런 것도 있어? 변기가 예술작품이야? 이런 식으로. 그걸 그 이론을 이해해야지, 이 작품이 어떤 면에서 새로운 점, 새로운 것인지 알 수가 있죠. 그런데 꼭 그거 아니더라도 그냥 가셔 가지고 좋으면 좋은 거지,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다 마찬가지에요. 여러분과 똑같은 겁니다. 다 난감해요. 저도 난감해요.



    ▶ 김지윤 : 뭔가 공부를 하고 가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 진중권 : 네. 공부를 하게 되면 예컨대 미술사를 읽고 가면 조금 낫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내가 봐서 그림과 1대1로 만나서 나한테 좋으면 좋은 거고, 솔직한 게 좋은 거고요. 거기 나온 사람들 다 고상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뭐 아는 작품만 알지, 모르는 작품 가면 난감하기 마찬가지거든요. 기죽지 마십시오.



    ▶ 김지윤 : 도슨트 같은 건 도움이 많이 될까요, 그러면? 요새 앱으로도 나와 가지고 미술관에서 굉장히 많이들 들으시더라고요.



    ▷ 진중권 : 네. 도슨트도 도움이 되고요. 그런데 이제 저희 관점에서 보면 도슨트가 말하는 게 뭐라 하나, 틀린 말도 아니고, 딱히 또 맞는 말도 아닌데, 그런 게 있어요. 약간 그러니까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면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대중들한테 그 작품의 중요한 측면들을 설명할 때는 굉장히 도움이 되거든요. 저도 강연하다가 말도 안 되는 예를 들기도 하잖아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그런 겁니다. 그래서 도슨트 강연은 약간 뭐랄까, 표준화 되어 있고, 스탠다드화 되어 있다 그래야 되나,



    ▶ 김지윤 : 규격화된 느낌.



    ▷ 진중권 : 네. 하지만 그게 기본이에요. 기본이고, 거기서 조금만 더 나가시게 되면 여러 가지 다른 해석들도 보게 될 수가 있는 거죠.



    ▶ 김지윤 : 그렇군요. 제가 예전에 외신에서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서 이 그림을 봤을 때 가장 많이 우는 작품이 로스코의 작품이다.



    ▷ 진중권 : 네. 그거 참 이상하거든요.



    ▶ 김지윤 : 마크 로스코라고, 지금 설명을 드리기가 힘든데, 혹시 미술을 좀 좋아하시는, 예술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 작품 생각하시면 돼요. 이렇게 색깔 있고, 딱 뭐라 그럴까요. 직사각형인데, 딱 중간에 색깔만 다르게 있는 이런 그림들.



    ▶ 김지윤 : 덩그러니 그냥 큰 구름만한 무슨 색면이 이렇게 있는 건데,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많은 분들이 그 앞에 눈물을 터뜨리고요. 어떤 작품들은 또 같이 활동했던 작품의 경우, 테러를 당해요. 여러 번 테러 당했습니다. 그거 보고 칼을 가지고 와 가지고 캔버스 그어버리고,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어요. 도대체 뭐지,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가 있나 보죠. 그러니까 그 앞에서 울기도 하고, 커터칼 가지고 파괴도 하고 그러죠.



    ▶ 김지윤 : 뭔가 그러면, 글쎄요. 아티스트의 의도가 잘 전달이 된 거다라고 봐야 되는 건지, 그런데 저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무슨 말인지는 알겠더라고요. 로스코 작품 앞에서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것이 굉장히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고, 혼자서 이렇게 생각을 많이 하고 그럴수록 자기가 본질로 들어가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뭔가 이렇게 자아가 팍 폭발해버리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해피트리님, 진 교수님께 말씀드리는데, 유해진 씨한테 미안한데, 유해진 씨 목소리 같다고. 영화배우 유해진 씨.



    ▷ 진중권 : 유해진 씨 만났습니다.



    ▶ 김지윤 : 그러셨어요?



    ▷ 진중권 : 갔다가, 어디서 만났나. 비엔나인가, 아니야. 베니스에서 만났다. 골목을 딱 가는데, 어떤 상점 안에 이렇게 들어가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얼굴을 딱 마주쳤어요. 그런데 서로 엇 이러면서 놀란 거거든요. 그런데 지나쳤는데, 그냥 또 지나치기 뭐하잖아요. 다시 돌아와 가지고, 통성명 하고 악수했죠.



    ▶ 김지윤 : 그러셨구나. 조석진님, 사인회, 북콘서트 계획은 없으신가 여쭤보시는데요.



    ▷ 진중권 : 있을 겁니다, 아마. 출판사에서 아마 계획을 해 주시겠죠. 제 고향에 잔뜩 갔더라고요, 책이 어려우니까. 그런 식으로 마케팅을 할 생각인가 봅니다.



    ▶ 김지윤 : 알겠습니다. 오늘 어렵게 모셨는데, 문자로 청취자 질문도 많이 들어왔고, 그리고 참 이 질문을 꼭 해달라고 해서, 지금 조국 장관이랑 친구셨죠? 굉장히 친한 친구셨잖아요. 그래서 입장을 이제 밝히셨고, 정의당에 탈당계도 제출을 하셨는데, 일단 처리는 안 됐다고 제가 들었어요. 그와 관련해서 짧게 한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



    ▷ 진중권 :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있고요. 황우석 사태도 아니고, 다들 진영으로 나뉘어 가지고 지금 미쳐버린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또 제가 신뢰했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이런 상황이니까 제가 사실은 윤리적으로 완전히 패닉 상태입니다. 패닉 상태고, 나이가 드니까 눈물이 많아지나 어저께인가 옛날에 우리가 들었던 운동가 들었는데 막 하염없이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 김지윤 : 그러셨구나. 전 사실 여쭤보고 싶었던 건 그거예요. 제가 다른 프로에서 진중권 교수님께서 질문을 저희가 드렸는데,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진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사실 이제 진보가 20대 청년 세대 같은 경우 특히 이번에 많이들 뭐랄까, 좀 반감을 많이 갖게 된 것 같은데, 앞으로 진보 학자시잖아요. 진보 성향을 가진 학자시니까 진보 학자로서, 또 진보의 기성세대로서 어떻게 이끌어나가야 될 것인가, 뭐 이런 생각은 있으신가요?



    ▷ 진중권 : 우리가 이제 버려야죠. 우리가 이제 이끌던 시대는 지난 것 같고, 물려줘야 됩니다. 우리가 진보가 뭐가 됐냐면 거의 기득권이 되어버렸단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우리 젊은 세대들한테 정말 미안하고,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고, 대통령이 그런 말씀하셨죠.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그런데 지금 기회가 평등합니까? 안 하잖아요. 과정이 공정했습니까? 아니잖아요. 그렇게 나온 결과가 그럼 정의롭다고 할 수 있나요? 이게 뭐냐라는 거죠, 도대체 저는. 상황이 이렇게 된 거에 대해서 너무 유감이고, 그냥 모르겠습니다. 제가 할 일들이 있는데, 해야 된다라는 게 있는데, 또 제가 처지가 그런 게 있고, 그래 가지고 요즘 너무 힘들어요.



    ▶ 김지윤 : 그러시군요. 제가 진중권 교수님 많이 뵀는데, 오늘 진짜 이렇게 약간 촉촉해지신 건 처음 봤어요.



    ▷ 진중권 : 속상하고, 너무.



    ▶ 김지윤 : 그렇구나. 그래도 많은 분들이 진 교수님한테 거는 기대도 많고요. 무엇보다도 저희가 또 미술 이야기하면 꼭 또 모실 테니까요. 그때는 잊지 말고 나와 주십시오.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 진중권 : 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