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코로나 확진자를 지진 정보로' 오역 수두룩…황당한 ‘행안부 재난정보앱’

장욱 기자

tbsefmnews@gmail.com

2021-09-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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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앵커멘트 】
    국내 거주 외국인들과 관광객들에게 보내주는 재난정보 알림 앱이 있습니다.

    바로 행정안전부가 만든 'Emergency Ready'라는 앱인데요.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정보가 지진 정보로 둔갑하고, 기상 재난정보는 명절 때 안전에 주의해 달라는 정보로 바뀌어 나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모두 민감한 재난정보를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영문으로 오역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장욱 국제뉴스 전문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 자 】
    지난달 5일, 서울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며 날라 온 긴급재난 문자.

    하지만 지진 규모나 발원지 정보는 전혀 없었습니다.




    대신 '466'이라는 숫자와 한글 '명'을 발음 나는 대로 영자로 옮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알고 보니, 원 출처는 서울시에서 제공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 정보.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의 재난정보를 모아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황당한 오역 사례입니다.

    【 인터뷰 】조 맥퍼슨 / 국내 거주 외국인
    "하루는 지진이 발생했다는 알림이 떴는데 지진 규모와 같은 자세한 정보 없이 466이란 숫자만 표시됐어요. 알고 보니 466은 서울 일일 코로나 확진자 수였어요. 지진과 전혀 다른 내용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링크는 에러가 났어요."


    코로나 정보뿐 아니라 폭염 같은 기상 재난정보도 엉터리로 번역됩니다.

    지난달 10일 발송한 문자를 보면 원래는 폭염에 주의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안부도 확인하라는 내용이지만,

    설 연휴 기간 부모님의 안전에 주의해달라는 완전히 다른 내용으로 둔갑합니다.




    지역명 충남 예산은 필요한 금액을 뜻하는 예산, 'budget'으로 오역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서 '모임'을 영자 'mother'와 'Wage'로 번역합니다.

    실제 이 재난정보를 받아 본 국내 거주 외국인들은 엉터리 정보가 수두룩하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플라워 워너 / 국내 거주 외국인
    "저는 그것으로부터 많은 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는 좋은 것 같은데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어요. 제대로 번역하는 사람이 있는지, 아니면 로봇이 번역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어요. 사람들은 그것이 쓸모없는 앱이라고 말해요. 아마 10개의 메시지 중 실제로 유용한 건 1개 정도일 거예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행안부가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해 만든 재난정보 앱 'Emergency Ready'입니다.

    자체 개발한 자동 번역기를 먼저 돌려 영문화한 뒤,

    한국관광공사에 보내 검수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런 오역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걸 알고 있었는지 행안부 담당자에게 물어봤습니다.

    【 인터뷰 】행정안전부 관계자(음성 변조)
    "저희가 그런 (오류 가능성) 체계는 알고는 있었고요. 그 부분을 한국관광공사에서 전수를 다 검사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거기도 24시간 검수해서 나가는 부분이라…."

    검수를 맡은 한국관광공사 측도 정확히 얼마나 오역이 되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수백 건의 영문 재난정보를 검수하지만, 동시간대 근무 인원은 1~2명.

    이마저도 이들의 주요 업무는 정보 검수가 아닌 '관광 안내'입니다.

    【 인터뷰 】한국관광공사 관계자(음성 변조)
    "이게(영문 재난정보 검수) 우선 과제가 아니라 관광 안내가 우선 과제이다 보니 오역이 된다는 얘기를 예전에 들었었는데, 저희가 그 이후로 인력을 좀 보강을 하고 했었거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거주 외국인들 사이에선 차라리 한글 원문을 같이 보내 달라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 인터뷰 】조 맥퍼슨 / 국내 거주 외국인
    "한국어의 원문을 메시지에 포함시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제가 직접 번역하거나 다른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고, 그들이 제게 말하려고 하는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긴급재난 정보는 생명과 안전에 직결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정보입니다.

    행정안전부는 TBS 취재가 시작되자 'Emergency Ready' 앱 재난정보에 대해 전수 검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TBS 장 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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