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극장이란?…남산예술센터 '불편한 입장들'

국윤진

tbs3@naver.com

2017-08-2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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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갈 때 계단이 얼마나 많은지, 경사로는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외출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신경 쓸 게 한두 가지 아닌데요. 직접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문화시설 곳곳의 불편함과 개선사항을 점검하고 토론해보는 이색 공연이 열렸습니다.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산예술센터.

    출입구 쪽에 삼삼오오 모인 관객들이 눈에 띕니다.

    들고 있던 줄자로 출입문과 경사로의 폭을 재어 보기도 하고, 시설의 접근성에 대해 토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주희 / 관람객>
    "정문에서부터 주출입구까지 점자 유도 블록(이 설치돼야)…."

    들어갈 때 턱이 많은지, 계단은 몇 개인지 공연장 곳곳을 탐색해보기 위해섭니다.

    장애인의 시각으로 극장의 의미와 공공성을 모색하는 이색 공연이 열렸습니다.

    <신재 연출가 / 남산아고라2017 불편한 입장들>
    "극장이라는 공간이라든가 문화라든가 이런 것들이 충분히 모두에게 열려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거고 말로 하고 보여주는 것보다는 관객들이 직접 밟아본다거나 시설을 점검해본다거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하는 공연이 펼쳐지고.

    저마다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차별의식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문영민 / 배우>
    "(나는) 바로 입장할 수 없는 입장이다. 극장에서 장애인 관객이 접근할 수 있는 좌석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어 관객들은 빙 둘러앉아 자신의 경험과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입장에서 바라 본 극장을 시작으로 사회에 만연한 분위기, 이에 얽힌 여러 시선과 의식 개선 등으로 확장되는 주제.

    <김가연(가명) / 관람객>
    "공연 대기실 앞에 문턱이 있잖아요. 그런 곳들은 휠체어가 다니기 어려운 곳인데 저는 그게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하나의 벽이라고 느껴졌거든요."

    그동안 가만히 앉아 공연만 보고 퇴장했던 관객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문제를 공유하기 시작한 겁니다.

    <우연 극장장 / 남산예술센터>
    "극장이 꼭 우리가 생각했던 기존의 관념들만 제시해주는 공간은 아니다. 극장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라고 생각하시고 잘 즐겨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대 그리스 사회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이뤄졌던 극장.

    시민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tbs 국윤진(jinnyk@tbstv.or.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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