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 무질서로 몸살…버려지는 시민의식

국윤진

tbs3@naver.com

2017-08-0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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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요즘 피서가 절정을 이루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휴가철 풍경이 또 다시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에는 밤마다 술판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도심공원에는 불법 텐트족까지 기승인데요. 피서지 곳곳에 버려지는 시민의식. 무질서가 난무한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찜질방 같은 더위를 피해 교외 해수욕장으로 피서객들이 몰렸습니다.

    제트스키를 타고 시원하게 물살을 가로지르는가 하면 몰아치는 파도에 온몸을 맡기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어봅니다.

    <박정민 / 피서객>
    "친구들이랑 날씨도 너무 덥고 해서 좀 가까운 서울 근교로 놀러 와서 기분도 좋고 남은 여름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예순 / 피서객>
    "파도를 등으로 맞으니까 지압하는 기분이에요. 너무 좋아요."

    뜨거운 여름 태양이 절정을 뽐내던 해수욕장에도 저녁이 찾아왔습니다.

    백사장 위에 펼쳐진 공연은 흥겨운 분위기를 돋우고,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저마다 밤바다를 즐깁니다.

    하지만 낭만과 자유가 넘치는 해변가는 아수라장이 되기도 합니다.

    '취사 금지'라는 현수막이 무색하게 아래에선 음식물 조리가 한창입니다.

    "취사 행위는 금지한다는 푯말이 있는데…."
    "우리가 못 배운 사람도 아니고. 진짜 몰랐어요."

    여기저기서 시작된 폭죽놀이.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불꽃은 위험천만하게 피서객들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소음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불쾌함을 털어놓습니다.

    <박보미 /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 주민>
    "밤부터 새벽까지 계속 폭죽을 터뜨리니까 폭죽 소리에 잠을 자꾸 설친단 말이에요. 그래서 자꾸 나와 보게 되고…."

    모래 위에 남은 건 쓰레기뿐입니다.

    "제가 해변의 끝 지점에서 이 중간 지점까지 걸어오는 내내 곳곳에서 쓰레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아래쪽을 보시면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수영복 원피스가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뒤에는 쓰레기가 한 뭉텅이 같이 있는데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물 페트병과 과자봉지, 맥주 캔이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채 버려져 있고요. 또 뒤에는 심지어 오후에 썼던 흔적이 있는 돗자리가 덩그러니 남아 있는데요. 이처럼 7월 성수기에 이곳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비성수기의 4배 이상인 상황입니다."

    도심 속 피서지인 한강공원은 상황이 다를까.

    허용되지 않은 구역에 마구잡이로 텐트를 설치하는가 하면 불법 상행위로 시민들을 유인합니다.

    "밤 9시 이후에는 텐트 및 그늘막을 걷어주시고 돗자리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숱한 안내방송도 한 귀로 흘려버리기 일쑤.

    "지금은 10시20분이 조금 넘은 한강 물빛광장입니다. 저녁 9시 이후에는 텐트 설치가 금지돼 있지만 뒤에 보시는 것처럼 곳곳에서 텐트 사용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단속에 나서면 계도에 따르는 시민도 많지만,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남권우 /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공공안전관>
    "이 잔디밭 전체가 다 텐트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저희 두세 명이 한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얘기를 해도 (텐트를) 이동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취자의 경우) 저희가 얘기를 하면 커터 칼을 뽑고 텐트를 찢는 행위를 한다거나…."

    공원 곳곳에 나뒹구는 음식물과 소주병을 따라 양심도 함께 버려졌습니다.

    즐겁고 편한 휴식처가 돼야 할 피서지가 매년 무질서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

    그저 나만 즐기면 된다는 생각에 모두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tbs 국윤진(jinnyk@tbstv.or.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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