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는 닫혀있는 고속버스

이동규

movekyu@tbstv.or.kr

2015-02-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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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설에는 고향에 내려가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셨나요? 이번 설에도 고속도로에서 심한 정체가 빚어지면서 많은 분들이
    도로위에서 시간을 보내셨을 텐데요. 이런 불편마저도 그저 부럽기만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고속버스를 탈 수 없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인데요. tbs집중리포트에서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시외.고속버스의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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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음)
    버스를 태워 달라 버스를 태워 달라

    고속버스 승차권을 구매하고도 차에 오르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버스 앞에 모였습니다.

    현장음)
    문 열어 주세요 문 열어 주세요

    관광버스까지 투입해 설을 맞아 특별수송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는 단 한대도 없기 때문입니다.

    김주우 대표 /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금 여기에 와서 보니까 다른 비장애인들은 다 고향에 가고 있어요. 표 확인하고 선물 들고
    가고 있는데 우리는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고 이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게 이산가족이나 똑같은 거예요.

    이들 단체의 요구사항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 이른바 교통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저상고속버스의 도입입니다.

    이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10년 전인 지난 2005년 제정됐지만 시내버스에만 저상버스가 도입됐을 뿐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에는 단
    한 대도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조현수 정책실장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게 2005년이었고요. 그 당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도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따른
    여객자동차는 모두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는 엄연히 시외.고속버스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의시설이 설치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나마 장애인석이 있는 KTX와 무궁화호를
    이용해서는 지방으로의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를 통해 갈 수 있는 곳은 불과 100여 곳.
    시외.고속버스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 곳이
    700곳에 가까운 것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것입니다.

    S/U)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을 포함한
    교통약자들의 불편은 비단 지방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같은 수도권 안에서도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불편을 겪으면서 장애인이나 교통약자들은 이동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곳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 광주시로 이동했을
    경우와 시외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교통약자들이 이처럼 지하철 등을 이용했을
    경우를 놓고 소요되는 시간과 여러 가지
    상황들을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시외버스를 이용했을 때는 갈아타는 불편 없이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소요된 시간은 1시간 미만.

    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는 크게
    달랐습니다. 환승을 하고, 환승을 하고,
    또 환승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하철에서
    내려 또 다시 일반버스를 타고 1시간.
    출발한 지 2시간 40여 분이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시외버스를 이용했을
    경우보다 무려 3배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 단체 등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등에 보조시설이 갖춰질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국토부와 버스 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낸 상태.

    임성택 변호사 /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소송 대리인
    단계적으로 시외.고속버스에 저상버스 또는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한 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기술표준이나 안전계획을 수립하고
    행정계획에 그런 내용들을 단계적 도입
    방안으로 반영하라 이런 요구들을 하고 있고요.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해 한국교통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시범사업 추진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박상우 연구위원 / 한국교통연구원
    시범사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사람들이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한 버스를 이용하는지를 보고
    그런 다음 그것을 활성화 시킬 것인지...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적게는 2천 만 원에서 많게는 4천 만 원 선.

    국토부는 한 대에 4천 만 원씩 40대의 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 시범운행을 해보려
    했지만 무산됐습니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16억 원 전액을 삭감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 관계자
    (시범운행) 이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니터링을 해서 각 항목별로 저희가 대책을
    수립해야 되죠.

    휠체어 리프트 설치에 대해서
    시외.고속버스업계에서는 비용문제를 떠나
    난색을 표합니다.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변명입니다.

    버스업계 관계자
    휴게소에 보통 15분 정도 쉬는데 장애인
    탑승설비를 갖춰서 장애인들을 내리고 올리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을 다 감안하면
    휴게소에서 최소한 30분은 휴식을 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해요. 소수의 인원으로 인해서
    다수의 인원들이 불편을 겪는 문제들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 부터
    도입이 의무화 되고 또 보편화 된 장애인을
    위한 시외.고속버스. 가까운 일본에서도
    점진적으로 수요를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끝을 알 수 없는 외침을 이번 설에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장음)
    장애인도 버스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

    tbs 이동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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