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KBS 기자들이 말한다! #방송국_내_미투

조주연

tbs3@naver.com

2018-02-16 11:48

프린트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의 뉴스공장
  •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2부


    [인터뷰 제 1 공장]
    KBS 기자들이 말한다! #방송국_내_미투
    - 박에스더 기자
    - 이지윤 기자
    - 이랑 기자


    김어준 : 미투, 다들 아시죠? 여기에 KBS 기자들이 합류를 했습니다. 사내 문화를 고발하는 영상도 인터넷에 올렸어요. 이 영상을 직접 기획하고, 만들고, 출연한 KBS 기자 세 분을 저희가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박에스더 기자, 안녕하십니까?

    박에스더 : 안녕하세요.

    김어준 : 그리고 이지윤 기자님.

    이지윤 : 네, 안녕하세요.

    김어준 : 이랑, 외글자이신가요? KBS 기자가 파업기간에 단독을 들고 저희 방송에 나오신 적은 있는데, 이렇게 세 분이 한꺼번에 설날에 나오는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지 않겠는가. 우선 오늘 본인소개 간단히 먼저 해 주시죠.

    박에스더 : 저는 KBS 20년차 기자 박에스더입니다.

    이랑 : 저는 그보다는 좀 적은 17년 째 일하고 있는 이랑이라고 합니다.

    김어준 : 적지 않습니다.

    이지윤 : 저는 4년차 기자 이지윤입니다.

    김어준 : 기획과 취재를 담당하셨다고요, 이랑 기자님이. 애초에 이 기획을 하신 이유가 뭔가요?

    이랑 : 정확하게는 특별취재팀 여섯 명의 기자가 기획하고, 아이디어 내고, 제작까지 하게 됐는데 앞에도 말씀하셨듯이 저희가 파업을 142일간 했고 기자들은 제작 거부한 기간까지 따지면 거의 149일, 150일을 파업을 했거든요. 그 기간 동안 지금까지 우리가 뉴스를 하면서 다루지 못했던, 다뤘어야만 했던 목소리는 없었던가. 고민들을 다들 했고, 당시에는 미투가 워낙 큰 이슈가 되어 있어서,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김어준 : 우리 내부에는 그런 문제가 없는가.

    이랑 : 스스로를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남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우리 회사 안에는 그런 일이 없었던가? 돌이켜보니까 당연히 있었고, 그리고 이 문제를 먼저 자백까지는 그렇지만,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획을 했습니다.

    김어준 : 이런 기획은 회사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하거든요.

    박에스더 : 그렇죠.

    김어준 : 우리 사회에서 회사가 기본적으로 여전히 남성 중심이고, 게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더 그런데, 굉장히 불편해하고 못하게 하지 않던가요?

    이랑 : 제작 중에는 사실 어떤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는지 몰랐던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냈거나 말씀을 해 주신 분들은 없었어요.

    김어준 : 이걸 못하게 할 수는 없죠, 대놓고. 그러면 본인이 적폐가 되잖아요. 제 말은 그런 무언의 압력이나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게 있었을 텐데, 틀림없이. 혹은 다 만들고 나서는…….

    박에스더 : 사실은 지금까지 얘기를 못한 게, 그런 무언의 압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사실 저희가 만든 동영상을 보신 분들도 있고. 안 보신 분들도 있을 텐데, 저희가 고발하거나 폭로하는 수준의 사내 성폭력은 어쩌면 이 사회에 정말 더 많은 말 못하신 분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일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저희의 취지상 가해자를 밝히지는 않은 상황에서 저희가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부분의 한계를 지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그 낮은 수준의 ‘미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여성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특히나 가장 기본적인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하겠다는 다짐이자 그런 분들의 고통을 우리가 함께 하고 공유하고 해법을 같이 찾아나가겠다는 연대의 표현, 이런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어준 : 출마연설에 거의 준하는…….

    박에스더 : 저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는 일종의 선언이죠.

    김어준 :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이런 문화에 익숙했다면,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는 큰일 난다. 각오해라.’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거고, 혹시 ‘이것이 내 잘못은 아니었을까? 참아야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여성들에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신 거잖아요.

    박에스더 : ‘각오해라.’ 이런 것은 아니고, 저희가 무슨 남성을 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고, 문화의 변화여야 되기 때문에 혹시 남성분들 중에서는 ‘각오해라.’라고 생각하고 ‘큰일 났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요.

    김어준 : 과거 자신이 쭉 그래 왔다면.

    박에스더 : 혹시 공장장님께서도 조금?

    김어준 : 저는 그런 적은 없습니다.

    박에스더 : 미투에서 취재해 봐야겠네요. 과연 그런 적이 없었는지. 어쨌든 그런 차원이 아니라, 이런 문제를 함께 더 생각하자는 거죠, 같이 대책을 만들어 가고. 사실 남자 분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 어려워해요.

    김어준 : 어려워도 하지만 무감각해요. 그러면 선은 어디인가. 어디까지가 내가 말할 수 있는, 예를 들어 자신은 농담이라고 했는데 상대가 기분 나쁠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지금 점점 확립되어 가는 건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이런 이슈는. 그러다보니까, 세 분이나 나오셨으니까 남자들의 입장을 변론하기 보다는 한번 얘기해 보자면, 그러면 본인이 그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는 사람들도 ‘선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물론 이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그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은 사실 양호한 거죠. 그런 고민이 없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문제들이 그동안 크게 문제가 되어 왔고. 그러면 이 영상에 기획하신 분의 뜻은 그랬는데 여기에 얼굴을 내놓고 참여하신 분들은 또 다른 생각으로 참여하셨을 것 아니에요? 막내이신 것 같은데, 그렇죠? 특히나 20년 정도 되면 산전수전 다 겪었기 때문에…….

    박에스더 : 아직 여전히 힘듭니다.

    이지윤 : 저도 그렇습니다.

    김어준 : 박에스더 기자 같은 경우에는 막 튀어 나와서 머리도 들이박을 수도 있는데, 젊은 기자 분은 용기가 더 필요했을 것 같아요.

    이지윤 : 일단 제가 일한 지는 이제 막 4년차가 됐는데, 그 길지 않은 시간동안 느낀 게 너무 많았어요. 일단 기본적으로 언론계나 방송계의 성추행이나 성희롱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김어준 : 남성중심문화죠, 사실은.

    이지윤 : 그런 후진적인 문화가 있고…….

    김어준 : 그게 문제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였는데 숨기는 게 아니라, 그런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아예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있죠.

    이지윤 : 그렇죠. 그리고 “그런 것도 감내하지 못하면서 네가 무슨 어떻게 기자를 하냐,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 취재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대할래? 취재원들 대부분이 남자인데.” 그런 얘기도 많이 듣고.

    김어준 : 그렇게 합리화한다? 혹은 변명한다?

    이지윤 :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고요. 저희가 기자고 앞으로 이런 성폭력 문제를 저희가 많이 보도를 할 수도 있는데, 이런 얘기를 저희가 먼저 안 하면 그런 보도에 저희가 진정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좀 했던 것 같아요.

    김어준 : 이 영상을 보고 선배들이나 회사 간부들은 별말 없던가요?

    박에스더 : 일단 나가기 전에 약간의, 이런 것까지 나가야 되나 하는 위의 문제제기가 있었고요. 그런데 저희가 파업기간 이후에 저희의 여러 가지 태스크포스 중 하나로 이것을 내기로 했기 때문에 일단은 존중되어서 인터넷뉴스에 나갈 수 있었어요.

    김어준 : 그래도 나왔다는 게 다행이네요.

    박에스더 : 나갔다는 것 자체로 굉장히 의미가 있고, 저희가 굉장히 놀란 것은 사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많은 다른 분들이 ‘미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가해자가 누군지도 밝히고, 또 강한 성폭력의 수준에 대해서도 애기를 하시는 것에 비해서 우리가 겪는 것은 그런 것에 비하면 어떤 것은 일상적이고 평범할 수도 있는 얘기도 있어요. 더한 얘기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것을 공감을 해 주셨다는 게 저희가 제작을 하고 영상이 나간 이후에 굉장히 놀랐거든요. 그 얘기는 광범위하다는 거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표현하지 못해왔다는 거고, 남자 분들은 아까 무심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지금도 아주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나요. 그것을 잊어버릴 수가 없고, 그분을 회사에서, 퇴사하신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지만 볼 때마다 사실은 생각이 나요, 저는. 지나칠 때마다 생각이 나고 더 괴로운 것은 지나칠 때마다 생각이 나는 정말 중요한 이유는 제가 생각할 때 얘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그때 이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 사실은 어떻게 보면…….

    김어준 : 하다못해 화라도 냈으면.

    박에스더 : 화는 좀 밀치고 막으려고는 했는데 그러고 나서 제가 너무 괴로웠고, 그 다음날 얘기를 못해서 또 괴로웠고, 그분을 1년 뒤에 만나면 또 괴롭고. 그래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내가 얘기하지 못하는 그런 조직문화에 계속해서 상처를 받거든요. 그래서 이런 변화를 해 줘야죠.

    김어준 : 공기를 바꾸는 작업인 거죠, 말하자면.

    박에스더 : 네, 그런 면이 있죠.

    김어준 : 그런 분위기를 극복하는 게 특정인을 상대해서 고발하거나 고소하거나 화를 내는 것보다 훨씬 어렵거든요. 전반적인 분위기.

    박에스더 : 그렇죠. 문화를 바꾸는 것은 훨씬 어렵죠.

    김어준 : KBS 현업에 있는 기자들이 직접 얼굴을 내고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은 공기를 바꾸는 데 기여하는 거죠. 그 사례가 굉장히 자극적이고 또 엄청나서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금방 잊히거든요. 그런데 현업에 있는 기자들이 이렇게 직접 나서서 공기를 바꾸는 작업을 하면 오래 가죠. 그래서 아마 그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박수를 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모시기로 했고요. 구체적 사례는 사실 동영상에, 제가 일부러 말씀 안 드리는 게, 동영상이 올라와 있고 또 2탄까지 있죠. 3탄, 4탄도 있습니까?

    이랑 : 얼굴을 스스로 드러내지 못하는 분들 얘기도 다룰 예정이고요. 아까 얘기하셨던 남자 기자들, 그럼 어디까지를 얘기할 수 있냐는 말이냐. 이게 뭐가 문제인 것이냐. 이 부분도 아마 계속해서 다루게 될 것 같아요.

    김어준 : 약간만 변호하자면 그 입장에 서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모르는 것도 있어요, 변명이 아니라.

    박에스더 : 그래서 남자 분들이 대부분 헷갈리시는 것 중 하나가,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면 그게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쁘냐.

    김어준 : 칭찬한 건데.

    박에스더 : 그것에 대해서 제가 오늘 이 공장장님이 하신 뉴스공장에서 꼭 얘기를 하고 싶다 생각했던 것이…….

    김어준 : 시간이 끝나가고 있어요.

    박에스더 : 끝나고 있어요?■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