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트럭이 중앙선 침범·불법좌회전…'위험천만' 스쿨존

【 앵커멘트 】
일주일 전 광주광역시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 스쿨존에서 유모차에 탄 두 살배기 어린아이가 차에 치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는 서행을 넘어 자동차 운행을 일시 멈추도록 하자는 법 개정 움직임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말뿐인 어린이 보호구역의 실상, 보도에 이예진 기자입니다.

【 기자 】
서울의 한 초등학교 후문 앞.

공사 차량 한 대가 중앙선에 설치된 안전 말뚝을 밟고 지나갑니다.

포크레인을 실은 트럭이 왕복 차선을 가로질러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지만 이내 인도에 설치된 기둥에 부딪히고,

대형 트럭이 불법 주정차된 레미콘을 피해 반대편 차선을 달리는 사이 그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갑니다.

모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위험천만한 상황들입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 인터뷰 】신미선 /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불안하죠. 안전요원들이 한 분 나왔는데 그거 가지고는 이 많은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거의 방치된 걸로 봐요."

【 인터뷰 】김유진 / 돈암초 3학년
"언제는 (공사차량이) 옆으로 지나간 적도 있어요. 소리가 크기도 하고, 교실에서 들으면 '드리링' 이런(공사) 소리가 나서 시끄럽기도 해요."

학교 후문 옆에 대형 공사 차량들이 드나드는 건 2022년 완공 예정인 11층 규모의 행복기숙사 신축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기숙사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차량들이 공사장에 진입하려면 불법 좌회전을 해야만 합니다.

시공사 측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등교 시간 공사차량 운행을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인터뷰 】위주환 / 행복기숙사공사 현장소장
"등교 시간 공사차량 운행 금지는 잘 지켜지고 있고요. 일주일에 2~3일 작업하는 날이 있고, (하루 평균) 20~30대 정도(운행합니다)."

등교 시간의 공사차량 중단이 최선의 판단인지 취재진이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최근 3년 치 어린이 보호구역의 사건사고를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 2017년과 2018년, 2019년 모두 하교 시간인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사고가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은 숨진 어린이들의 연령입니다.

2017년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서 전체 사망자의 절반인 4명이 나왔고, 2018년에는 일곱 살 2명과 초등학교 1학년 1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여섯 살 2명과 초등학교 1학년 1명 등 모두 6명이 가족 곁을 떠났습니다.

초등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놓고 봤을 때 저학년들의 하교 시간이 안전에 가장 취약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현장 영상을 함께 분석해봤습니다.

【 인터뷰 】지우석 /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통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에서 누락됐다면 사진(동영상)으로 봤을 때는 대형 공사차량과 대형 중기계들이 동원될 정도의 사업이기 때문에 누락된 것 자체가 문제고요."

관련법인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아파트 정도 규모의 신축공사는 '교육환경평가'를 받아야 공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 750여 명을 수용할 행복기숙사는 그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 인터뷰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행복기숙사는)교육환경평가 심의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심의한 내역이 없고요. 법적 기준에서 제외되면 저희가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은 없어서…."

그렇다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을 마냥 둘 수만은 없는 상황.

건축허가를 내 준 관할구청에 대안을 물었습니다.

【 인터뷰 】성북구청 관계자
"대지를 보고 허가를 내주는 상황이라 중앙선 침범까지는…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요. 당분간은 현 상황이 유지될 것 같고…."

교통대책을 총괄하는 경찰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 인터뷰 】성북경찰서 관계자
"어린이 안전이 가장 우선시돼서 교통심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업체(시공사) 쪽에서 주민 안전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 주민들 의견을 들어서 처리할 예정입니다."

시공사 측은 불법 좌회전에 대한 주민 민원 등으로 레미콘 등 하도급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하루 2천여만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중앙선 절선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권익위는 그러나 중앙선 절선을 위한 교통안전시설심의 진행을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사전협의가 우선"이라고 최근 결론 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발주처인 한국사학진행재단 측은 TBS 취재가 시작되자 협의의 뜻을 내비쳤습니다.

【 인터뷰 】박갑식 / 한국사학진흥재단 기획조정실장
"실제 저학년들이 몇 시에 집중적으로 하교하는지 파악해서, 그 시간대에 안전관리 요원을 집중 배치한다든지 하는 방안들을 주민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협의해갈 수 있습니다."

서울시도 정보공개청구 답변에서 "당장 하교 시간 안전지도사를 확대하고, 성북구의 교통행정부서에 경찰, 건축부서와 함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공사와 미래 대학생이 될 초등학생들의 등하굣길 모두 안전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어른들의 신속한 협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TBS 이예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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