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보물급 문화재 경비 떠안은 자치단체들 ‘한숨’

이강훈

gh@tbstv.or.kr

2018-03-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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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얼마 전 한 시민이 보물 1호 흥인지문에 방화를 시도한 일로 10년 전 숭례문 화재 악몽이 되살아났죠.

    그런데 방화 범죄를 막지 못한 책임을 놓고 정부 보다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입니다.

    국가문화재의 실제적인 경비 업무를 정부 대신 자치단체가 떠안고 있는 구조때문인데요.

    자치단체들이 한숨을 짓고 있습니다.

    [기자]

    지난 9일 한 시민이 보물 1호 흥인지문에 불을 낸 사건으로 우리는 또 하나의 국가 대표 문화재를 잃을 뻔 했습니다.

    다행히 불이 조기 진화됐지만, 당시 시민의 발 빠른 신고가 없었더라면 큰 피해를 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이 잿더미가 된지 10년이 지나도록, 정부의 문화재 관리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자스탠딩>
    “그런데 관리 책임 관계를 좀 더 들여다보면 국가지정문화재를 직접 관리해야 할 정부 보다는 오히려 자치단체가 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인데요. 흥인지문 보안 관리에 대해서 1차적 책임을 자치단체, 더 정확히는 종로구가 떠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오현 과장 / 종로구 문화과>
    “국가에서 지방으로의 위임 관리 시스템이 있습니다. 위임 관리 돼서 지금 우리가 흥인지문과 (성균관)문묘, 동관왕묘 등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치구의 문화재 경비 업무를 대부분 60, 70대 고령의 단순경비인력이 맡고 있고, 그 수도 매우 부족해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김오현 과장 / 종로구 문화과>
    “사실 지금 지방자치단체에서 인력이나 예산 등이 너무 열악하거든요. 전문지식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특히 목조 건물인 문화재는 문화재청에서 직접 관리하면 좋겠다는….”

    자치구들은 문화재 경비 업무를 전문보안업체에 맡길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재원 부족으로 실행이 어렵습니다.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시 문화재 관리 예산의 국비와 시비 비율은 지정문화재의 경우 7대3, 등록문화재의 경우 5대5 수준.

    문화재 경비 관련 비용은 대부분 자치구도, 정부도 아닌 서울시에서 예산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문화재 경비(인력)에 배정한 예산은 올해 34억 8천만 원.

    이 중 국비는 약 7%인 2억 4천만 원, 나머지 32억 원은 시비에 해당됩니다.

    <김동천 /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얼마나 최대한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고요. 근본적으로 얘기한다면 (정부가 문화재청)지방청을 만들어서 일단 중요한 문화재를 선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이에 대해 문화재청의 한 내부 관계자는 지방청 설립안을 내부적으로 고려한 바는 있지만 예산 여건상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전문가들은 문화재 안전 관리를 자치단체 대신 제3의 전담기관에 맡기는 대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백민호 / 문화재방재학회장(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관리하는 체계(대신) 협의체를 만들어서 전문기관 형태를 갖추면서 그들이 문화재를 전담해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런 가운데 서울시 역사문화재는 문화재를 사실상 테러 대상으로 삼는 모방 범죄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대책을 고심 중입니다.

    <기자스탠딩>
    말 그대로 ‘국가지정문화재’인 만큼 정부가 책임 있는 관리에 나서야 하지만 여전히 자치단체가 그 부담을 떠안은 가운데 또 다른 훼손 범죄 가능성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tbs 이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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