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유흥업소 만연…제재 방법 없나

국윤진

tbs3@naver.com

2017-11-1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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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아이들이 오가는 등하굣길은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하는 곳이죠. 그런데 학교 앞에 술집이나 모텔 같은 유흥업소들이 늘어선 곳이 한둘이 아닙니다. 실상은 어떤지 직접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기자]
    서울시 방배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을 나서자마자 술집과 노래방이 빽빽합니다.

    늦은 저녁 학원을 마친 아이들은 골목길 가득한 취객들을 지나야 집에 갈 수 있습니다.

    <우혜원 / 'ㅇ'초등학교 6학년>
    "길거리에 토한 거 있고 담배 냄새도 많이 나고 술집에서 술 냄새도 많이 나고 해서 굉장히 불편해요."

    모텔들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뽐내는 이곳의 아침은 또 다른 모습입니다.

    "지금 시각은 8시50분, 그러니까 학생들이 막바지 등교를 서두를 때입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뒤로 약 100m 정도 거리에는 가장 인접한 초등학교가 들어서 있는데요. 하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처럼 이곳은 모텔촌과 주택가가 혼재된 곳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 모텔 골목 사이사이를 오가며 통학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수진 / 'ㄷ'중학교 2학년>
    "아침에 나올 때 이상한 사진 같은 게 있어가지고 그런 게 좀 (보기) 불편했어요."

    <이정배 / 인근 주민>
    "음란·퇴폐업소를 매일 학교 왔다 갔다 하면서 보잖아요. 이대로 방치하면 애들 교육에 안 맞죠."

    심지어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시설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저는 지금 영등포구의 한 골목에 나와 있습니다. 단란주점을 포함한 술집들이 즐비한 이곳 한가운데에는 구립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는데요. 심지어 이곳에서 열 발자국도 채 안 되는 곳에는 모텔이 출입문을 열어놓고 버젓이 영업 중입니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학교 인근에 유흥업소를 포함한 유해시설의 설치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교육부는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출입문에서 50m까지를 절대정화구역으로, 50~200m 이내를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해시설의 설치 및 영업 행위가 일체 금지되는 절대정화구역과 달리 상대정화구역은 심의를 거쳐 인·허가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심의 과정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겁니다.

    유해업종이 아닐 경우 심의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이용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선 버젓이 다른 업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흥업소 업주>
    "불법은 아니죠. 영업 허가 다 내고 하는 거니까."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에서 주류를 팔거나 접대가 이뤄질 경우 제재 대상이 되지만 단속되더라도 영업정지 기간이 끝난 후 다시 문을 여는 배짱영업이 판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학교가 생기기 전에 들어선 유흥업소의 경우 영업을 취소할 만한 마땅한 근거도 없습니다.

    <모텔 업주>
    "학교보다 먼저 생겼기 때문에 구청에서도 인정을 해줬기 때문에 학교하곤 아무 상관이 없어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지자체들도 단속에 소극적인 실정.

    전문가들은 인·허가 취소제와 삼진아웃제 등 보다 강력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영한 선임연구위원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지자체 자체가 (유흥업소들의) 인가·허가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삼진아웃제 같이 같은 건물에 동일한 업소가 계속 들어설 경우에는 허가를 취소한다든가…."

    통학로를 잠식한 유해업소는 전국에만 4만여 곳.

    아이들이 안전한 교육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tbs 국윤진(jinnyk@tbstv.or.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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