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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돌' '천재기사' '바둑계의 이단아'…24년간의 프로 활동을 마치며!

고진경

tbs3@naver.com

2019-11-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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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전 바둑기사 <사진=tbs>
이세돌 전 바둑기사 <사진=tbs>
  •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4부
    [ 인터뷰 제4공장 ]
    '쎈돌' '천재기사' '바둑계의 이단아'…24년간의 프로 활동을 마치며!
    - 이세돌 전 바둑기사

    김어준 : 알파고 기억나십니까? 인간과 바둑 AI의 대결, 대단한 대결이었죠. 그런데 그 주인공이었던 이세돌 구단이 은퇴를 지난주에 선언하셔서 이번에 인터뷰를 못 하면 다시는 못 하겠다 싶어서 이세돌 구단을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세돌 :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어준 : 시사 라디오인데, 그리고 은퇴 선언을 한 이후 첫 번째 인터뷰인데. 저희도 응하지 않으실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를 응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왜 응하셨어요?

    이세돌 : 사실 저는 은퇴를 했기 때문에 사실 저도 좀 완전히 입을 다물고 있는 것보다도 어느 정도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김어준 : 고르셨구나, 그중에.

    이세돌 : 골랐다기보다는 그냥 좋은 제의를 해 주셔서 그냥 나왔습니다.

    김어준 : 왜 하필 저희를 고르셨어요? 다른 매체도 인터뷰 갔을 텐데.

    이세돌 : 시원시원하시고 하니까. 저는 좀 더 시원한 걸 좋아하거든요. 확실하게 그냥.

    김어준 : 아, 제가 마음에 드셨구나. 저도 사실은 알파고 때부터 저희 인터뷰 많이 나왔었거든요. 이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전 세계 주목을 받으면서 치러진 이벤트 아닙니까? 그리고 그때 다들 예상으로는 본인도 그러셨고 아직은 안 된다, AI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했는데 거꾸로 처음으로 AI를 이겼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이긴 기사예요.

    이세돌 : 처음으로 진 사람이기도 하고 그렇게 됐는데요. 사실 좀 방심했던 건 분명히 있었습니다.

    김어준 : 아, 초반에는?

    이세돌 : 처음에는 방심했던 게 있었는데, 전야제 때 제가 좀 지금까지 이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전야제 때 하루 전날.

    김어준 : 전야제는 어떤 정보를 통해서?

    이세돌 : 전야제 당시 구글 그 당시 대표 에릭 슈미트, 그분이 말씀하시는데 이미 이겨 있더라고요.

    김어준 : 아, 그 사람의 태도가?

    이세돌 : 저는 이미 져 있어요.

    김어준 : 아, 그 사람의 태도를 봤더니. ‘못 이길걸’ 하는 태도.

    이세돌 : 예. 나중에 들어 봤더니 이미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는데 절대 지는 그림은 안 나왔다고 이야기는 들었었는데요. 그때 이미 알고 있었죠. 전날 이미 알고 있었어요.

    김어준 : 만만치 않은 상태에 도달했는데 내가 몰랐구나, 그동안은.

    이세돌 : 만만치 않다기보다는 내가 질 확률이 높은 거구나, 이렇게.

    김어준 : 그런데 딱 붙어 보니까 어때요, 처음에?

    이세돌 :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첫판에는 잘 몰랐어요. 왜냐하면 제가 초반 실수도 있었고, 중반에서도 실수가 있어서.

    김어준 : 이게 실력으로 진 건지, 실수로 진 건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이세돌 : 그런데 두 번째 판을 보고 나서는 알았죠.

    김어준 : 아, 이거 만만치 않구나. 이기기 어렵겠다.

    이세돌 :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어준 : 지금 문자가 많이 오고 있습니다. “아직 이야기도 듣기 전에 재미있다.”, “보기만 해도 흥미진진하다.” 그러게요. 굉장히 인간 역사에 기록을 남기신 거예요. AI 역사 쭉 거슬러 올라가서 이 사람이 AI를 처음으로 이겼던 사람이고 마지막으로 이겼던 사람이다. 그렇게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도 그걸 뒤집을 수는 없어요, 이제는.

    이세돌 : 이제는 이기기가 좀 어렵죠.

    김어준 : 알파고도 저도 관심이 생겨서 그 뒤로 쭉 추적해 봤더니 그 프로그램이 계속 업그레이드가 됐어요.

    이세돌 : 그때 이야기가 알파고가 베타 버전이다,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 이후에 나왔던 게 커제 9단 중국의 기사가 뒀던 알파고 마스터 버전입니다. 알파고 마스터 버전도 인간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알파고 제로라는 또 다른 발전된 프로그램이 나왔거든요. 지금은 프로 기사들이 두 점의 접바둑을 둬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지금 보고 있습니다.

    김어준 : 이세돌 구단이 붙었던 알파고하고 최종, 더 이상 개발 안 하죠, 이제. 끝났다고, 자기들은. 바둑 AI는 끝났다고, 개발이. 더 이상 개발 안 한다고 했는데.

    이세돌 : 그렇죠. 바둑을 안 하죠.

    김어준 : 그 마지막 버전하고 알파고하고 붙이면 1000판 하면 제로 버전이 1000판 다 이긴다고.

    이세돌 : 그럴 거예요, 아마.

    김어준 :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까지 가 버린 거죠.

    이세돌 : 그렇죠. 두 점 정도의 치수가 벌어졌다는 건 어마어마한 거죠.

    김어준 : 두 점은 어마어마한 겁니까? 제가 18급이라.

    이세돌 : 대략 그냥 쉽게 표현을 하자면 정확한 건 아닙니다. 프로 기사들이 대략 생각하는 게 열일곱쯤, 열여덟쯤. 집수로.

    김어준 : 아, 집수로.

    이세돌 : 그러면 알파고가 그 정도 두 점 차이가 나면 열일곱집, 열여덟집 정도 사람이 득을 본다는 이야기죠. 그 차이가 아주 큰 차이입니다, 그 차이는.

    김어준 : 프로 세계에서는 바둑 둘 필요도 없는 차이네요.

    이세돌 : 그렇죠. 그 정도면 거의 이길 수가 없는. 더군다나 컴퓨터라는 존재가 실수를 잘 안 하거든요.

    김어준 : 지난번에 어떻게 이기신 거예요?

    이세돌 : 저는 그 당시에는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베타 버전이기 때문에 일종의 버그죠. 버그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이고.

    김어준 : 버그를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잡아내셨어요. 자기들 프로그래머들이 몇 년간 한 것도 못 잡아낸 걸.

    이세돌 : 약간 운이 따랐죠. 정말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김어준 : 그냥 실력이라고 하세요. 나니까 잡아낸 거라고. 원래 그런 거 잘하시잖아요. “질 자신이 없어요.” 이런 말씀도 잘하시고.

    이세돌 : 그건 정말 사석에서 한 이야기예요.

    김어준 :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했는데.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이 말을 하신 거예요?

    이세돌 : 세계대회 결승 1국을 두고 3번기인데 첫판을 제가 이기고 어떤 기자분이 저한테 “그럼 내일 끝나는 겁니까?” 이렇게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이 없네요.” 이렇게 말씀을 드렸죠. “왜 자신이?” 그랬더니 “질 자신이.” 정말 농담 삼아서 그냥 말씀드린 건데 나중에 나왔더라고요.

    김어준 : 유명한 겁니다, 이거. 이 발언은 이세돌 구단 이야기 나올 때마다 어딘가에 등장해요.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기분 나쁘죠.

    이세돌 : 저는 정말 기사로 나갈지 몰라서요.

    김어준 : 이런 게 기사로 나갑니다. 상대방이 너무 훌륭해요, 이런 말이 기사로 안 나가요.

    이세돌 : 그렇죠.

    김어준 : 그리고 이런 거, 수가 보이는데 어쩌란 말이냐.

    이세돌 : 아, 그것도 기억나요.

    김어준 : 어떤 상황에서 하신 말이에요?

    이세돌 : 바둑이 너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조금 안전 운행을 하면 쉽게 이기는데.

    김어준 : 아,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끝까지 가느냐?

    이세돌 : 예.

    김어준 : 기풍이라고 하죠.

    이세돌 : 기풍이기도 하고 저는 그때 20대 초반 때,

    김어준 : 성깔이라고 하죠, 정확하게는. 일반적으로는.

    이세돌 : 초반 때여서. 그런데 바둑의 발전적인 차원에서는 안전 운행보다는 조금 더 정수 위주로, 좋더라도 조금이라도, 한 집이라도 더 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거든요.

    김어준 : 그건 40대가 돼서 포장해서 말씀하시는 거고, 20대에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이세돌 : 그런데 정확하세요.

    김어준 : 수가 보이는데 어떡해요? 거기 놔야지.

    이세돌 : 제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그런데 아마 그럴 수도 있습니다. 20대 초반이기 때문에 조금 지금과는 좀 틀리죠. 15년 됐기 때문에.

    김어준 : 성깔이에요, 성깔. 끝까지 전투 바둑을 하시는 분이고. 이것도 궁금합니다. 프로 기사님한테 꼭 여쭤봐야지 싶었는데, 바둑을 두면 실제로 상대방의 성격이 드러나요?

    이세돌 : 한 80% 정도는 드러나죠.

    김어준 : 한번 딱 둬 보면 이 사람이 이런 사람이구나, 딱 드러납니까?

    이세돌 : 정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김어준 : 아, 실제 성격과는?

    이세돌 : 예, 정반대거나 아니면 정말 성격 그대로 가거나. 그러니까 열에 한두 분은 정반대예요.

    김어준 : 그건 이제 바둑을 전략적으로 자기 성격과 다르게 둔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세돌 : 어쩌면 자신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바둑으로 표현할 수도 있는 거죠.

    김어준 : 아, 일상 중에는 굉장히,

    이세돌 : 좀 점잖으신 분이.

    김어준 : 점잖은 분인데 바둑을 둬 보면 너무 과격해.

    이세돌 : 예, 힘바둑이시고.

    김어준 : 그런 걸 힘바둑이라고 합니까?

    이세돌 : 좀 거칠죠. 굉장히 거칠고 와일드하게.

    김어준 : 약간 무식하게 하는. 그러니까 바둑을 둬 보면 이 사람은 이런 스타일이구나, 성격이 이러하구나, 평상시에 알던 사람이랑은 숨기고 있었던 이런 면이 있었구나, 성격적으로. 그게 드러나지 않을 수 없는 거군요, 바둑판이라는 게.

    이세돌 : 그걸 프로 기사랑 해 보면 느낄 수가 있죠. 그래서 이분이 가령 아마추어분들이랑 바둑을 가끔 둘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보면 이분은 어떤 분인가? 사실 프로 기사들도 처음에는 집중을 해요. 왜냐하면 바둑 자체에 집중보다는 이분의 성향이 어떤 쪽이신가.

    김어준 : 아, 그걸 더 오히려.

    이세돌 : 그렇죠.

    김어준 :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하는 성향을 가졌나, 이걸 파악하는 군요, 처음에.

    이세돌 : 그렇죠. 어차피 승부로서는 아마추어와 프로는 별의미가 없기 때문에요.

    김어준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마추어와 붙을 때 어떤 사람이야, 이러면서. 그게 좀 있으면 파악이 됩니까?

    이세돌 : 네, 어떤 순간 부분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거기서 어느 쪽이냐.

    김어준 : 안전 지향이구나? 이런 식으로.

    이세돌 : 예, 그렇죠.

    김어준 : 그런데 아마추어는 그렇게 기풍이 드러날 만큼 잘 모르고 막 두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더 무서운 거 아닙니까?

    이세돌 : 그런데 어느 정도 기력이 되시면 무의식중에도 나옵니다. 성향이 좀 나옵니다.

    김어준 : 그래요? 제 궁금증이었고. 그런데 왜 은퇴하시는 거예요? 사직서를 냈다고 하던데, 한국기원에. 직원 아닌데 왜 사직서를.

    이세돌 : 그렇죠. 직원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한국기원 소속 기사였기 때문에.

    김어준 : 그럼 탈퇴서, 이런 거 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세돌 : 탈퇴서든 사직서든 비슷한 의미이기 때문에요. 저는 탈퇴서는 기사회에 냈고요.

    김어준 : 나는 더 이상 기사 아니다.

    이세돌 : 기사회는 어떻게 보면 그 당시 친목 단체였고 정관을 바꿔서 좀 바꾼 것 같은데, 그건 제가 잘 모르겠고요.

    김어준 : 그런 거 잘 모르시잖아요.

    이세돌 : 바꿨다는데 제가 뭐 그것까지 신경 쓰기는 그렇고. 그래서 기사회는 탈퇴를 했고, 이제 기원에 정식으로 나는 한국기원 소속 기사가 아니라고 사직서를 낸 겁니다. 그냥 형식적인 절차인 거죠.

    김어준 : 한국기원을 그런 식으로 사직서를 내고 빠져나가는 사람이 기존 기사들 중에 있어요?

    이세돌 : 있긴 있습니다. 꽤 있는데 저처럼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기사들이나,

    김어준 : 8단, 9단 이렇게 됐는데 사직서를 내요, 누가?

    이세돌 : 그런 경우는 좀 흔하지는 않죠, 아무래도. 흔한 경우는 아니고.

    김어준 : 왜 그렇게 굳이 그렇게. 그러니까 프로 바둑, 내가 직업 기사로서의 바둑은 나 이제 그만해.

    이세돌 : 그렇습니다. 그렇죠.

    김어준 : 그렇게 내가 예를 들어 아마추어하고 취미로 둘 수도 있고 이벤트로 할 수도 있을지는 모를지언정 직업으로서는 그만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왜 굳이 이렇게 딱 끊어 버리신 거예요?

    이세돌 : 이유가 사실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사실 저는 이유를 따져 보면 2009년도로 넘어가야 되는데요. 제가 2009년도에 휴직을 한번 한 적이 있었어요. 일이 있어서.

    김어준 : 바둑 기사를 쉰 적이. 얼마나 쉬었어요?

    이세돌 : 한 6개월 좀 넘게 쉬었는데요. 그때 일부터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거고.

    김어준 : 짧게 해 주세요.

    이세돌 : 그런 기사회나 기원과의 관계.

    김어준 : 아, 불화. 불화 기사 본 것 같아요.

    이세돌 : 분명히 있죠.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그게 많이 차지하고 있고요. 그다음에는 역시, 그다음 항목을 찾자면 인공지능이에요.

    김어준 : 아….

    이세돌 : 그러니까 예전에는 자부심이 있었던 게 제가 바둑의 1인자라고 치면 세상에서 최고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다. 물론 사람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잘 두는 존재다, 이런 자부심이 있었는데.

    김어준 : 어떤 승부에서 때로 질 때는 있어도 기본적으로 나는 최고로 잘 둘 수 있어, 이런 자신감.

    이세돌 : 그렇죠. 최고로 잘 두는 존재다, 라는 것이었는데 인공지능 컴퓨터가 나오면서,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아무리 잘 둬도 못 이길 것 같은 거예요. 상식적으로 봐도 이기기가 어렵거든요.

    김어준 : 기계니까요.

    이세돌 : 이긴다는 게 어려워 보이는데 사실 그렇게 되니까 이게 제가 사실은 6살 때부터 바둑을 시작을 했는데 그럼 30년이 넘었습니다. 그 길을 왔는데 좀 흔들리는 거죠.

    김어준 : 내가 나머지 여생 동안 승부를 걸어야 되나?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존재가 하나 있는데?

    이세돌 : 어차피 최고가 아닌데. 그게 한국기원 그런 것 제외한다면 그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어준 : 소위 승부사라는 표현이 있는데 승부를 해서 우리끼리 이기면 뭐 해, 더 센 존재가 따로 있는데. 김도 빠지고. 그렇죠?

    이세돌 : 그리고 지금은 인공지능한테 바둑을 배워요.

    김어준 : 기분 나쁘네요.

    이세돌 : 인공지능이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그래서 바둑을 둘 수가 있는데 한 판도 못 이기거든요.

    김어준 : 이세돌 기사도 인공지능하고 두면 한 판도 못 이긴다는 거죠?

    이세돌 : 지금 한 판도 못 이겨요. 그래서 두다 보면.

    김어준 : 기계니까.

    이세돌 : 그리고 프로그램이 어떻게 두는지를 보고 이걸 왜 이렇게 두는 거야? 하면서 몇 판 둬 보다가 아, 이래서 이렇게 뒀나 보다, 하고 따라 두게 돼요. 이게 저보다 엄청난 고수가 나타나서 그분에게 배운다면 당연히 기쁘게 배우겠죠.

    김어준 : 기풍도 배우고 인간적인 면모도 배우고 하겠는데 이건 전 세계에 있는 바둑인들의 3데이터를 다 모아서 자기들이 그걸 로직을 개발해서 인간이 아닌 어느 곳에 가 있는데. 저도 관심이 있어서 읽어 봤더니 이 프로그램을 짠 사람도 AI, 결국은 프로그램 아닙니까? 왜 거기에 두는지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지점으로 가 버렸어요, 그냥.

    이세돌 : 그래서 그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왜 두는지도 모르는데 버그가 나오면 왜 두는지를 몰라서 막 여러 가지를 짜 맞춰서 간신히 버그 하나 고치고 이런다고 하더라고요.

    김어준 : 자기들도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래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세계로 가 버렸으니까. 그래서 내가 여기서 타고 난 승부사로서의 기질을 발휘해서 거기서 얻는 쾌감도 있고 자존감도 있고 그런 게 있는데 그런 게 사라졌군요. 기쁨이 사라졌군요, 말하자면.

    이세돌 : 승패 중요하죠.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김어준 : 승패도 중요한데.

    이세돌 : 지는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모든 사람들이.

    김어준 : 그렇죠.

    이세돌 : 그런데 그것도 있지만 그것 외적으로도 어떻게 보면 저는 바둑을 예술로 배웠거든요, 처음에. 둘이서 만들어 가는 하나의 작품, 이런 식으로 배웠는데 지금 과연 그런 것이 남아 있는지.

    김어준 : 근본적인 회의이시구나, 바둑에 대한. 본인이 바둑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는데 그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 흔들려서.

    이세돌 : 예, 아무래도 인공지능. 예술을 논하기에는 좀.

    김어준 : 마지막으로 두는 대국이, 은퇴 대국이 그런데 또 AI하고. 치수 고치기라고, 그러니까 접바둑 아닙니까? 몇 점 깔고 하는 거.

    이세돌 : 맞는데요.

    김어준 : 그건 왜 하시는 거예요? 이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인데 굳이. 두 점 깔고 하는 거 아닙니까? 말하자면.

    이세돌 : 그런데 이게 제가 원래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쪽에서 이 이야기를 별로 원치는 않아서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서.

    김어준 : 그냥 말씀하세요.

    이세돌 : 그럴까요?

    김어준 : 비밀이면 더 좋고요.

    이세돌 : 그렇죠.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겁니다.

    김어준 : 소곤소곤 이야기하세요.

    이세돌 : 마땅한 대국 상대를 찾지 못했어요. 은퇴를 하는데 은퇴 기념 대국이라는 건 하고 싶었거든요. 제 욕심이 좀 있었거든요.

    김어준 : 상징적인 대국이니까.

    이세돌 : 마지막으로 그래도 이기든 지든 하고 싶었는데 둬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막강한 상대를 정하기도 좀 어려워서, 어떤 분을 딱 특정해서 하는 것도 좀 그래서. 그래서 인공지능으로 그냥 지든 이기든. 사실 이기긴 쉽지 않을 거예요. 아무래도 접바둑이라고 해도 쉽게 이기지는 못합니다.

    김어준 : 그런데 이게 형식을 저도 봤더니 두 점 깔고, 지면 세 점 깔고 해 보고. 세 점 깔고 해서 지면 네 점 깔고 해 보고. 이렇게는 안 하잖아요, 인공지능하고. 그런데 뭐랄까요?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왔나. 사람과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졌느냐. 여실히 보여 주는 게 마지막 대국 아닙니까?

    이세돌 : 뭔가 좀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게 그냥 막 호선으로 둬서 어차피 지는 거, 사실 큰 의미 없거든요.

    김어준 : 이거 용감한 결정인데요.

    이세돌 : 그런데 이번에는 약간 문제가 있는 게 기술적인 문제가 좀 존재하는데 두 점이 두 점이 아닙니다.

    김어준 : 어떤 의미입니까?

    이세돌 : 아마추어분들은 잘 모르시는데, 두 점인데 제가 덤을 줘요. 그러니까 먼저 두는 사람이 원래 덤을 여섯 집반을 줍니다. 아무래도 먼저 두는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에.

    김어준 : 그렇죠.

    이세돌 : 그런데 보통은 두 점이라고 하면 덤이 없어요.

    김어준 : 없어야 하는데.

    이세돌 : 이번에는 제가 덤을 줍니다. 두 점을 미리 놓지만 덤을 여섯 집반을 주기 때문에 제가 아까 열여덟집, 이 정도로 했으니까 여섯집반을 주면 그럼 열여덟집에서 여섯집반을 빼면 열한집반, 이 정도가 남는 거거든요.

    김어준 : 그럼 점 주는 거 빼야 되는데.

    이세돌 : 그런데 그게 기술적으로 좀 어려운가 봐요.

    김어준 : 프로그램상.

    이세돌 : 예.

    김어준 : 그 복잡한 걸 하면서 그거 빼는 걸 못하네.

    이세돌 : 그러니까요. 더하기 빼기인데 이걸.

    김어준 : 그러니까 두 점이지만 사실은 한 점만 두고 두는 것하고 비슷한 거 아닙니까?

    이세돌 : 약간 선보다는 좋은 조건으로 두는 거라서. 저는 두 점이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어준 : 그런데 여섯 점을 줘 버리니까.

    이세돌 :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김어준 : 빼기 좀 해 줘요, 빼기. 인공지능 그 복잡한 계산 하면서 빼기가 안 돼서.

    이세돌 : 그런데 어려울 수 있어요.

    김어준 : 몇 판까지 주는 거예요, 그럼 이게?

    이세돌 : 세 판 둡니다.

    김어준 : 아, 두 점? 세 점? 네 점까지 해 본다?

    이세돌 :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어준 : 한 판이라도 이기면 거기서 멈추고?

    이세돌 : 그럼 다시 두 점으로 돌아오죠.

    김어준 : 아, 다시 두 점으로 돌아오고. 한번 더 해 보고. 그래서 총 세 판만?

    이세돌 : 예.

    김어준 : 성격상 하다 보면 열 받아서 더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세돌 : 저는 성격상 그렇긴 한데 그쪽에서 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갈 때까지 가! 이럴 수는 있는데.

    김어준 : 어차피 은퇴인데, 뭐. 뒤에 일정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다른 데.

    이세돌 : 그럴 수 있는데 참 제 성격대로 되지는 않더라고요.

    김어준 : 그런데 이건 마지막 판이니까 혹시 속 시원하지 않으면 몇 판 더 해 보고 하세요. 자, 그래서 뭐 하실 겁니까? 평생 바둑을 하셨는데 뭐 하시려고. 바둑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하는 거예요? 아니면 바둑과,

    이세돌 :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일 확률이 높은데요. 제가 아직 정리가 좀 덜 돼서 뭐라고 말하기가.

    김어준 : 요식업 같은 거 하실 생각이세요? 치킨이나? 전혀 상관없는. 은퇴하는 분들이 많이 선택하는 종목인데.

    이세돌 : 좋습니다. 그런 일도 다 훌륭한 일들이죠. 그런데 아직은 정리가 덜 돼서.

    김어준 : 본인의 취미가 있을 거 아니에요? 바둑을 제외하고 이거 나 관심 있었어.

    이세돌 : 관심 있는 분야들도 있고.

    김어준 : 뉴스공장에 가끔 나오셔서 뭐 하실래요?

    이세돌 : 아, 불러만 주십시오.

    김어준 : ‘월간 이세돌’ 해서 한 달 동안 있었던 대국에 대해서 비판하는 거죠. 좋은 소리 하는 방송이 아니어서 실명으로 김 기사 말이죠, 문제가 많아요, 라든가.

    이세돌 : 재미있긴 하겠네요, 그런데.

    김어준 : 그러니까. 혹하실 걸요? 한번 해 보면 재미있어요. 그리고 이 방송에 막 민원 들어오거나 아니면 부탁 들어오는 거죠. 제 대국은 잘했다고 좀 말해 주십시오, 이렇게.

    이세돌 : 재미있겠어요.

    김어준 : 당기죠?

    이세돌 : 사실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상대방 디스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건 없거든요. 저는 은퇴했기 때문에 바둑 둘 것도 아니고.

    김어준 : 그러니까요. 더 객관적으로 보이잖아요. 그러면서 우리 바둑의 미래에 대해서. 저렇게 바둑 두고 이기면 안 되는 거예요, 이런 거 있잖아요. 이기긴 이겼는데 이긴 게 아니에요, 이런 말 좀 해 주세요.

    이세돌 : 그런데 제가 좀 그런 게 사실 그렇게 많이 이겼던 게 저거든요. 사실 이겨 놓고 굉장히 죄송했던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김어준 : 예를 들면요?

    이세돌 : 사실상 돌을 거둬야 되는,

    김어준 : 졌다고 해야 될 상황이었는데.

    이세돌 : 어쩌다 보니까 막 큰 실수도 하시고 이러셔서 제가 그런 판을 굉장히 많이 이겼었던.

    김어준 : 아, 유난히?

    이세돌 : 예.

    김어준 : 그러니까 프로들이 볼 때 돌 던져야 되는 상황이 왔는데 성격상 못 던지고 몇 번 더 두는 사이에 상대가 당황해서 실수하는 바람에 이기는.

    이세돌 : 그게 좀 많이 있어서.

    김어준 : 그러면 이럴 때마다 저도 저렇게 해 봤거든요, 저도 그때 실력으로 이긴 척했는데 실제로는 운이었거든요, 이런다든가.

    이세돌 : 그게 아무래도 운이 많이 따랐던 것도 있고, 아무래도 저보다 선배 기사였기 때문에 좀 집중력이 잠깐 흐려질 수도 있었고.

    김어준 : 혹은 당황했겠죠. 어, 내가 못 본 게 있나? 그러면서. 이 사람 왜 안 던지고 계속 저돌적으로 들어오지? 단순히 성깔이었을 뿐인데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당황한 것 같은데.

    이세돌 : 뭔가 하여튼 좀 운이 많이 따랐습니다.

    김어준 : 상대 기사들이 굉장히 싫어했겠네요.

    이세돌 : 본인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는 없는데. 그런데 좀 죄송한 기분이 들죠, 아무래도 이건.

    김어준 : 그렇다고 해서 끝나고 나서 죄송하다는 말씀 하신 적 있습니까? 없죠?

    이세돌 :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 있기 때문에.

    김어준 : 그러면 지금 밝히는 이유는 뭡니까? 실례인데.

    이세돌 : 이제 다 끝났으니까.

    김어준 : 어느 쪽으로 갈지는 모르신다는 거죠?

    이세돌 : 예, 아직은 확실하게 말씀드리긴 좀 이른 것 같습니다.

    김어준 : 그래도 후보군이 몇 가지 크게 나눠서 경제, 문화, 이렇게 나눌 수는 없어요?

    이세돌 : 아무래도 경제 쪽이겠죠.

    김어준 : 경제.

    이세돌 : 굳이 분야를 나누자면.

    김어준 : 주식투자?

    이세돌 : 그것도 충분한.

    김어준 : 왜냐하면 프로게임 하시던 분들이 갑자기 카드 하시고 그러잖아요.

    이세돌 : 아, 예. 저도 이야기 들었는데.

    김어준 :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거니까 비슷한 거 아닙니까?

    이세돌 : 그런데 사실 저도 그런 게임을 좋아해서 저도 그런 건 관심 있는데 저는 굉장히 그런 건 즐기는 쪽.

    김어준 : 잘하실 것 같은데. 포커 이런 거 대회 나가면 금방 나가실 것 같은데. 홍콩에서 자주 볼 수도 있겠네.

    이세돌 : 그걸 직업으로 삼기에는 좀. 그냥 여가 활동인데 이걸 직업으로 삼기에는.

    김어준 : 여가 활동 하면서 돈도 버는 거죠, 뭐.

    이세돌 : 아, 그런가요?

    김어준 : 경제라. 궁금합니다. 말씀 안 해 주실 거예요? 결정되면 말씀해 주세요.

    이세돌 : 예.

    김어준 : 다른 혹시 인터뷰, 이 인터뷰 이후에 나가실 생각 있습니까? 없도록 해 주시면 좋겠는데.

    이세돌 : 나가긴 나갈 것 같은데 아까 말씀드렸던 인공지능과의 바둑이 남아 있어서.

    김어준 : 그럼 저희하고 월간 이세돌 이야기 좀 해 봅시다.

    이세돌 : 끝나고 불러 주시면 시합 끝나고 또 한번 나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이세돌 기사였습니다. 안녕.

    이세돌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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