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상욱- 국정원 댓글 조작,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현지

tbs3@naver.com

2017-07-2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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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의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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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부
    [인터뷰 제 1 공장]
    국정원 댓글 조작,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 (국정원 댓글 사건 최초 제보자)


    김어준 :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어제 징역 4년이 구형됐죠. 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분입니다. 김상욱 전 국정원 직원 스튜디오에 직접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상욱 : 안녕하십니까? 김상욱입니다.

    김어준 : 이름도 이제 밝히시고 방송국에, 스튜디오에 나오신 건 처음이죠?

    김상욱 : 처음입니다.

    김어준 : 방송을 잘 해 주세요. 우선 국정원을 언제 어떤 업무를 하다가 어떤 직급에서 퇴직을 하셨습니까?

    김상욱 : 저는 수사로 시작을 해서 맨 마지막에 나올 때는 산업 스파이 잡는 일을 하다가 부이사관으로 3급으로 2009년 6월에 퇴직했습니다.

    김어준 : 2009년 6월. 이게 부이사관, 국정원의 어떤 직제를 잘 모르니까. 대기업이라면 어느 정도 되는 직급인거죠?

    김상욱 : 이사요.

    김어준 : 이사요? 아, 높은 분이셨구나.

    김상욱 : 높지는 않습니다.

    김어준 : 이사. 그렇군요. 임원이라고 볼 수 있는, 그러다가 왜 퇴직을 하신 거예요? 제가 시기를 보니까 노무현 대통령 서거 바로 다음 달에 퇴직하셨더라고요.

    김상욱 : 원래 96년, 97년 이 때 당시에 안기부가 김대중 대통령 선거에 15대 대선에 개입을 해서 북풍을 일으켰어요.

    김어준 : 총풍도 있었고.

    김상욱 : 근데 그걸 제가 사전에 막았었거든요. 막았었는데 결과적으로.

    김어준 : 그러니까 댓글 사건 이전에.

    김상욱 : 이전에 큰 사건이 있었죠.

    김어준 : 김대중 후보 낙선을 위한 북풍공작, 이게 있었죠.

    김상욱 : 뇌관을 당시 박지원 평민당 기조실장을 통해서 뇌관을 사전에 제거를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한 마디로 정권교체, 정권을 뺏기는데 제가 굉장히.

    김어준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것 아니냐. 찍힌 인물이었다는 거죠.

    김상욱 : 기여를 했죠.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처음에 대통령이 되신 뒤에 안기부를, 당시 안기부를 방문을 하셨는데 그 때 제 안부를 물어주셨어요. 그게 안부를 묻다보니까 만천하에 ‘아, 김상욱이 정말 그랬구나.’ 이렇게 결국은 공표하는 결과가 됐는데, 그러다보니까 보수진영에서는 제가 아주 굉장히 나쁜 놈이 된 거죠.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제가 본부에서 산업스파이 검거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천으로 보내더라고요.

    김어준 : 좌천이 되셨고.

    김상욱 : 인천에서 원래 1년, 부서 간 이동은 1년이 되지 않으면 이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근데 9개월 만에, 그때 다시 원세훈이 오더니 2009년 2월에 원세훈이 와가지고 제가 2009년 3월에 다시 일주일 간 조사받고, DJ 당선에 대해서는 그 때 북풍 공작이 있었다는 것은 재판을 통해서 밝혀진 거니까 그걸 문제 삼지 않고 98년도에 정권이 바뀐 뒤에 약 5백 여 명이 안기부를 떠났어요. 근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서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때 당시 ‘살생부를 김상욱이 네가 만들지 않았느냐.’ 그렇게 조사를 일주일 간 하더라고요.

    김어준 : 사실이 아닌데도.

    김상욱 : 사실이 아니죠. 제가 살생부를 만들 정도로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그리고 직원 개개인에 대해서 제가 관심이 없었고. 근데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는데.

    김어준 : 근데 왜 그만 두셨어요?

    김상욱 : 그래도 인사 조치를 해라. 그래가지고 대구로.

    김어준 : 좌천이 됐었는데

    김상욱 : 대구에서 있는데 2009년 5월 23일 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를 하셨는데, 연화장으로 화장하는 장례차량이 중계되고 그랬었어요.

    김어준 : 생중계 했죠. 전 국민이 다 봤죠.

    김상욱 : 그걸 보면서 직원들이 고인을 폄훼하는, 마치 저 들으라고 하는 듯한 얘기. 굉장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김어준 : 노무현 대통령의 화장 장면을 보고 국정원 직원들이.

    김상욱 : 입에 담기 어려운 얘기들. 제가 방송에서는 하기 어려운.

    김어준 : 욕설을 막 하더라. 뭐 잘 죽었다 한 마디로 이런 식의.

    김상욱 : 우리 사회의 보수 쪽에서 폄훼하는 말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 얘기들을 국정원 직원들이 제 주위에서 하고 그랬어요. 저 들으라는 듯이, 마치. 그러고 있는데 원세훈은 직원들을 삼청교육대라고 해 가지고 우리끼리 용어로 삼청교육대였는데, 나이 먹은 직원들을 다시 강도 높은 훈련을 해서, 아마 본인 의사는 그렇게 하면 사표를 내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기에서 벌어서 부모 봉양하고 자식 키우고 그러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사표를 낼 수 있겠습니까? 계속 다니니까 사표내는 직원이 없으니까 원세훈 원장이, 그 때 원장이, 방송용어로 적절할지는 모르겠는데, 이 자식들은 아무리 밟아도 사표 내는 놈 하나 없다. 그래서 그 두 가지.

    김어준 : 그 정도는 방송 용어로 아주 적절합니다.

    김상욱 : 그래서 그 두 가지가 도저히 제가 있을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그래서 제가 사표를 내게 되었습니다.

    김어준 : 그런데 이것 있지 않습니까? 제가 이전에 어디서 보니까 당시 97년에 김대중 후보 낙선 북풍공작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신데, 근데 후배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다면서요? ‘나는 조직원의 의무를 저버렸지만, 야당후보를 용공조작해서 빨갱이로 모는 것은, 그걸 막은 시민의 의무는 지켰다. 조직원의 의무는 저버렸지만 시민의 의무를 지켰다.’ 이렇게 얘기를 후배들에게 하셨다는데, 제가 궁금한 건 이런 겁니다. 국정원 내에 그런 김상욱 씨의 발언에 공감하고, 그렇게 유사하게 생각하는 직원들이 있습니까?

    김상욱 : 그래서 댓글 사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던 거죠. 제가 후배들이 김대중 대통령 용공조작을 막았다라는 것은 다 알려졌어요. 국정원 내부에서는.

    김어준 : 대통령이 와서 그런 말을 했다니까요. 그게 첫 번째 정권교체였거든요, 역사적인.

    김상욱 : 저는 그냥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뭘 바라고 한 게 아니라 좀 세계적으로 망신스럽잖아요. 나중에 노벨평화상을 받으신 분인데, 그런 분을 무슨 빨갱이니 어쩌니.

    김어준 : 용공조작 많이 했죠.

    김상욱 :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할 일이다. 그래서 막았는데 후배들에게 제 나름대로의 변명을 한다고 한 것이 ‘선배로서는 존경하지 마라. 조직 선배로는 존경하지 마라. 조직윤리는 저버렸지만 내가 국정원 직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는 절대적인 것 아니냐, 난 그것을 지켰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걸 이해하고 따라준 후배들이 꽤 있었어요. 그 후배들이 제가 퇴직한 이후에 내부에서 있었던 부조리한 면들을 얘기를 토로를 하고, 격정적으로 토로하고 하면서 제가 댓글사건도 캐치를 하게 된 겁니다.

    김어준 : ‘선배 그사이에 그런 일들이 있었어.‘ 하면서 김상욱씨가 나오면서 했던, ‘나는 시민에서의 의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는 발언에 대해서 동조했던 내부 직원들 중의 일부가 와서 ‘선배 이제 이런 일도 있어요. 국정원 내부에.‘ 이런 토로하는 과정에 국정원 댓글사건도 나온 거군요. 국정원 댓글 사건 말고도 다른 건 뭐 있었습니까?

    김상욱 : 다른 건 보수단체 지원도 그 때 있었고, 크게 문제가 됐던 NLL.

    김어준 : 장난이죠, 장난.

    김상욱 : NLL 포기를 했다라는, 남북정상대화로 몇 부가 누구 누구 누구를 통해서 새누리당 쪽으로 유출이 됐다.

    김어준 : 그것도 이미 그때 알고 계셨고.

    김상욱 : 이미 전부 사실은 민주당에는 보고가 됐던 사안입니다. 사전에.

    김어준 : 그것 말고 또 있습니까? 우리가 잘 모르는.

    김상욱 : 좀 있는데, 방송으로 하기엔 좀 민감한 얘기라.

    김어준 : 아이고, 궁금해라. 하여튼 그런 내용들 중에 국정원 댓글이 있었군요, 내부적으로. 그 이후로는 전개사항은 압니다. 간단하게 얘기해서 대북심리전하는 부서가 북한이 아니라 국민들 상대로 심리전 한 거잖아요. 국민이 마치 적인 양 하고, 국민들 상대로 심리전을 한 건데. 당시에 제가 굉장히 안타까웠던 것은 분명히 댓글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들을 사람들이 눈치로 알고 있었거든요. 저도 당시에 나는 꼼수다 라는 방송을 하면서 4대 보험 되는 곳에서 하는 것 같다. 왜냐면 댓글이 달리는 게 출퇴근 시간이 너무 일정하다, 이런 얘기도 했었고. 근데 안타까웠던 게 뭐냐면 그 당시 역삼동 오피스텔 앞 대치상황 있지 않습니까? 그 때 김 모 직원이 자기 국정원 직원 아니라 그러니까 아닌가 보다 그러면서 문을 닫아줬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문을 사이에 둔 대치국면이 벌어졌잖아요. 그 직원은 당연히 회사에, 회사라고 하죠 국정원 직원들은, 회사에 전화해 가지고 이런 일이 있다고. 그 다음부터는 지시를 받아서 행동했을 것이고 조직적으로.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아니, 저걸 왜 그냥 내버려뒀나. 들어가는 걸. 저 문을 당장 부숴서라도 노트북이랑 휴대폰을 빨리 접수해야 되는데 저걸 왜 못하고 있지? 정말 안타까웠거든요, 제가 보면서. 그 때 그 현장을 보셨을 것 아닙니까? 그런 생각 안 하셨어요?

    김상욱 : 원래는 제가 며칠 간 해서 장소도 현장도 확보를 했고 대상도 특정을 했고, 그랬는데 제가.

    김어준 : 왜 직접 안가셨어요, 그 때?

    김상욱 : 절름발이로 위장을 하고 있었어요, 제가. 그게 왜 위장을 했냐면 장비가 필요한데가장 긴 게 뭘까 생각을 해 보니까 목발이 가장 길더라고요. 목발을 가지고 문을 장악을 해야겠다. 문을 먼저 걸어야겠다. 문 열리기만 하면 내가 걸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에는 노트북이고 휴대폰이고 증거물을 잡을 수 있겠다 했는데.

    김어준 : 그 증거물을 잡아야 되지 않습니까? 무엇보다도.

    김상욱 : 근데 막상 당에서 민주당에서 그 때 전부 다 몰려오고 있는 상황인데, 제가 카메라가 오는 거예요. 근데 제가 카메라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직선배가 아무리 불법현장이지만 후배를 제압을 하고 이런 모습들이 역사적으로 굉장히 길이 남을 텐데 안 좋은 모습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무슨 현행범을 잡으면 머리카락이라도 잡으면 경찰들 특진을 한다고 .해서 다 달려들고 한다는데, 내가 공명심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해서.

    김어준 : 꼭 내가 해야 될 필요는 없겠다.

    김상욱 : 그 때 민주당원들을 한 두 시간 정도 교육을 시켜서 틀림없이 국정원 직원 아니라고 할 거다.

    김어준 : 그건 100% 아닙니까.

    김상욱 : 그런데 만약에 폭행사건이 있으면 단순 폭행 정도로 입건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권을 놔두고 싸우는 건데 반드시 다른 것 필요 없다. 들어가면 노트북과 랩탑이 있을 건데 랩탑은 필요 없고 핸드폰과 노트북을 반드시 확보해라.

    김어준 : PC는 필요 없고 노트북과.

    김상욱 : 그것만 잡으면 전부 다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김어준 : 저도 너무 당연한 것 같은데.

    김상욱 : 그리고 제가 밖에 서있는데 들어갔던 분이 나왔어요. 그러면서 저를 보고 “국정원 직원 아니라는데요?“,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그랬더니 ”들어갔어요.“ 이러는 거예요. 그걸로 역사가 바뀐 겁니다. 그래서 제가 현장을 떠났죠. 그러면서 제가 현장을 떠났습니다.

    김어준 : 그게 그렇게 된 거군요. 아니, 저는 저 장소를 특정할 정도의 정보면 대단히 고급 정보고 선수가 했을 텐데 어떻게 저 앞에서 아니라고 하고 그냥 문 닫고 나왔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왜 대치하고 있지? 문 닫았으면 따고라도 들어가 가지고, 그래 봐야 주거침입죄고 그렇게 해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정권이 왔다갔다하는 증거물이지 않습니까? 그걸 어떻게 저렇게 바보같이 저러고 있지,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안 해 본 사람들이 하다보니까.

    김상욱 : 너무 황당했어요.

    김어준 : 그냥 왔다는 게.

    김상욱 : 너무 황당했고 처음부터 했으면 그렇지만 전부 교육을 제가 시켜서 했는데.

    김어준 : 이렇게 해라 이렇게 해라 지시하셨을 것 아니에요.

    김상욱 : 제가 교육을 잘못 시키지 않았나, 자괴감이 듭니다.

    김어준 : 왜냐면 국정원 직원은 본인이 국정원 직원임을 인정 안하잖아요, 원래 다른 상황에서도.

    김상욱 : 평소에도 안 하죠.

    김어준 : 평소에도 안하고, 국정원에 전화를 해도 국정원 아니라고 그러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이 직접 받지 않으면 그런 사람 없다고 하거든요. 뻔히 자기 옆자리에 있는 사람인데도.

    김상욱 : 근데 교육을 시키면서 보니까 약간 국정원 현직 직원에 대한 두려움이 첫 번째로 느껴지고.

    김어준 : 이미 이명박 시절을 겪으면서 그런 두려움이 더 쌓였겠죠.

    김상욱 : 두 번째는 너는 ‘국정원 출신이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교육 시키는 데 2시간이 걸렸었어요.

    김어준 : 그래서 그렇게 받고 가서도 아니라니까 바로 와버렸군요. ‘진짜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김상욱 : 아뇨. ‘휴, 다행이다.’ 그리고 이게 역정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제가 국정원출신이다 보니까 혹시 역정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도 있고.

    김어준 : 100% 신뢰를 못하는 부분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김상욱 :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였잖아요.

    김어준 : 결정적 찬스였는데요.

    김상욱 : 그런데 그 한 마디에 돌아설 수 있었을까?

    김어준 :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네요. 지금 생각해도. 그리고나서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을 보면서 ‘아, 내 인생은 이제 무지하게 꼬이겠구나’ 이런 생각 안 하셨어요? 그 당일날, 다음날.

    김상욱 : 그랬죠. 그 날 밤에 이미 당락이 결정되는 것을 보면서 큰일났다. 이거 사고를 쳐도 크게 쳤는데, 이걸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살아야 되나. 5년 뒤에는 기약이 있나? 그런 생각을 했죠.

    김어준 : 제가 대선 이틀 뒤에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주진우 기자와 함께. 아주 긴 터널의 시작이었거든요. 그리고 권력이, 최고 권력이 직접적으로 타겟으로 하는 상태에서 5년간을 생으로 버텨야 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릅니다. 그 기분을 잘 알기 때문에 여쭤보는 건데, 그 순간 후회는 안하셨어요? 내가 왜 그랬을까.

    김상욱 : 사건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후회는 안 했어요.

    김어준 : 하지만 그 뒤에 정말 고생하셨죠.

    김상욱 : 예, 그런데 좀 전에 물어봐주셨던, ‘어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내가 했어야 되는데. 내가 직접 했어야 되는데’라는 생각. 그런 후회를.

    김어준 : 그건 정말 후회가 되셨겠죠.

    김상욱 : 지금도 후회스러운 장면입니다.

    김어준 : 그 5년간 저도 겪어봤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마는, 5년간의 압박. 그런 압박은 상상하고는 다르게 실제로 겪으면 엄청나단 말이죠. 그래서 주변과 일상생활 전체가 무너지거든요. 인간관계도 다 무너지고 그러지 않으셨어요?

    김상욱 : 다 무너졌죠. 다 무너지고 국정원 대변인이 언론에 대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조직을 팔아먹은 쓰레기, 이렇게 얘기를 하고. 또 국정원 내부에, 제가 입사동기들로 이루어 진 친목회가 있어요. 그런데 그 동기회에서도 제명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서 굉장히.

    김어준 : 그 외 모든 인간관계가.

    김상욱 : 다 파괴되고 발가벗겨진 채로 궁수들 사이의 벌판에 놓여진 돼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가 쏠지 모른다.

    김어준 : 그리고 실제 전화도 안 오지 않습니까?

    김상욱 : 전화 안 오죠.

    김어준 : 그리고 거꾸로 전화도 안 하지 않습니까?

    김상욱 : 저도 못하고.

    김어준 : 왜냐면 전화를 하면 뭔가 궁금한 게 있어서 전화를 하려고 해도 상대방한테 피해를 줄까봐 못 하겠죠. 저도 전화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나하고 통화를 해서. 그리고 또 재판도 받으셨지 않습니까?

    김상욱 : 재판은 4년간 받아서 작년 12월에야 끝났습니다.

    김어준 : 마지막에 무죄를 받으셨죠. 그 과정 전체, 왜냐면 그 5년 후도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버티는 게 굉장히 힘드시지 않으셨어요?

    김상욱 : 굉장히 힘들었죠.

    김어준 : 집에서도 굉장히 우울증 겪었을 것 같은데.

    김상욱 : 일단 아내는, 갑자기 아침식사도 하기 전에 압수수색이 들이닥쳤고 경찰에서.

    김어준 : 저 처럼 다음 날에 비행기를 탔어야 됐는데.

    김상욱 : 둘이서 집사람은 어쩔 줄 몰라 했고, 그 뒤로는 상당히 대인기피증도 생기고 엉망이 됐습니다.

    김어준 : 다 망가지셨군요. 이 시간을 저희가 왜 1부 한 번만 잡았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 좀 더 나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하고. 왜냐면 할 얘기가 너무 많은데 다른 것 다 건너뛰고 이 얘기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왜냐면 지금 대략 6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오늘 주제하고는 다른데 나오신 김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답 하시기 좀 곤란하신 부분도 있을텐데, 단답형으로 간단하게 여쭤볼게요. 최근에 국정원 마티즈 사건이 사망한 임과장 부친이 언론에 등장해서 얼굴이 상처투성이었다. 왜냐면 당시만 하더라도 아무런 외상이 없어서 자살로 결론이 나고 끝났는데, 그런 부친의 갑작스런 증언이 있으면서 다시 부각됐어요. 전체적으로는 이미 국정원을 떠난 이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가 없으시겠지만 국정원의 경험에 비춰서 간단하게 견해를 듣고 싶은 부분이 뭐냐면, 일단 유서 있지 않습니까? 유서를 보자마자 정말 죽을 작정을 하고 쓴 거냐? 왜냐면 거기 보면 딸에게 남긴 하트도 막 그려져 있고. 유서인데, 내가 이제 세상을 떠나는데, 마지막으로 딸에게 남긴 유서에 하트가 막 그려져 있고 그 다음에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도 있고. 이 유서는 유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생각 안 하셨어요?

    김상욱 : 굉장히 이상했죠. 예전에 무슨 조선시대에 사약을 받는 상태에서 하는 것처럼, 원장님, 차장님, 국장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유서였는데 내용 자체가 말이 안 됐죠.

    김어준 : 아니면 국정원에 대한 충성도가 너무 높아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족과 마지막으로 헤어지는데 딸에게 이쁘게 자라야 돼. 이러면서 하트 그려져서,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김상욱 : 저는 그렇게 안 해 봐서 잘 모르겠는데요, 그와 유사한 유서가 그 전에 있었어요. 국정원 직원 유서가. 2014년 3월에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사건.

    김어준 : 권 과장.

    김상욱 : 증거조작 혐의를 받고 있던 권 과장. 자살 기도를 했는데 똑같은 방식이었고 편지 내용도 ‘원장님, 대공수사를 훌륭하게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당시 원장이 남재준이거든요? 그 유서와, 그 때는 구체적인 유서 내용이 완전히 공개 되진 않고 9장 분량을 남겼다고 했었어요. 결국엔 그게 자살을 하려고 한건가?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었는데

    김어준 : 실제 당시에 자살시도가 아니라 자살극 아니었냐 이런 얘기 많았어요. 유우성 씨 당시에 국정원이 서울시 직원을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이잖아요. 그 중에 권 과장은 중국에 출입국 기록을 조작했던 그런 직원이었는데 문제가 되자 본인이 자살을 시도하다가 발견된 걸로 해서 빠져 나갔죠. 국면에서 최종적으로는.

    김김상욱 : 그래서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그 부분만 기억나지 않는다. 빠져나갔죠. 시한부기소중지를 했었던 사건이에요.

    김어준 : 그래서 사건이 흐지부지 돼 버렸어요. 사람이 자살하다가 이렇게 됐는데, 그러면서 기억 안 난다는데, 가스마시고. 코웃음을 쳤지만 뭐 어떻게 합니까? 그렇게 흐지부지됐는데 그 사건의 복제판, 비슷하다.

    김상욱 : 저는 자살한 임 과장에게는 참, 고인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는 면에서 명백하게 규명돼야 된다. 이건 권 과장 사건을 벤치마킹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거든요.

    김어준 : 그러다가 중간에 사고가 난 겁니까?

    김상욱 : 벤치마킹하다가 지금 항간에서 떠돌고 있는 타살은 너무 음모론적이고, 그리고 국정원 직원들 댓글 사건에서 보셨잖아요? 그렇게 치밀하지 못 해요. 누가 책임지고 죽이고 그럴 수 없는 것이고. 아마 권 과장 사건을 벤치마킹해서 자살극을 벌이고 그 다음에 국회나 검찰의 조사에서는 단기기억상실증으로 가려고 했었던 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임 과장, 고인이 된 임 과장의 부인은 그 부친과는 달리 그 종이도 그거고 저희 남편의 필체가 맞고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기도는 했다. 그런데 그 기도가 기도로 그쳐야 되는데, 제 생각에는 아마 창문을 열고 닫는 하는 과정이 잘못 되지 않았을까. 한 번도 안 해 본 일이잖아요, 서로.

    김어준 : 얼굴의 상처는요?

    김상욱 : 얼굴의 상처는 부모의 심정으로 아마 그걸 보니까 그랬을 것이다.

    김어준 : 오늘은 말이죠. 1부로 하죠. 다음 주에 한 번 더 오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하고 한 번 더 오시죠.

    김상욱 : 휴가 가야 되는데.

    김어준 : 갔다 와서 다시 하시죠. 다시 한 번 모시겠습니다. 김상욱 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상욱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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