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도종환 "조윤선 장관은 없다고 했지만, 실제 심사위원들이 블랙리스트때문에 힘들다 토로"

민세희

minnsay@naver.com

2016-10-14 10:12

프린트
배우 김의성씨(왼쪽)와 도종환의원(오른쪽) <사진=뉴스1>
배우 김의성씨(왼쪽)와 도종환의원(오른쪽) <사진=뉴스1>
  • * 내용 인용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제2공장]
    (1) 개념 배우가 본 '블랙리스트 사태'
    - 배우 김의성

    (2)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 존재 부정했지만...
    - 도종환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근에 SNS가 이 분 때문에 뜨겁습니다. 영화 <부산행>에서 고속버스 상무역할을 맡았던 배우 김의성 씨인데요. 부산영화제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계십니다. 주연배우들보다 더 많은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는 분입니다. 전화연결되어 있습니다.

    김어준 : 안녕하세요?

    김의성 : 네. 안녕하세요. 김의성입니다.

    김어준 : 네. 올해 배우상 심사위원이시라고요?

    김의성 : 네. 지금 심사 중입니다.

    김어준 : 그런데 단독으로 뽑으신다고요?

    김의성 : 네. 영화제에서 남자배우상은 남자 배우 한 명, 여자배우상은 여자 배우 한 명에게 주게 되어 있씁니다.

    김어준 : 본인은 주연 한 번 못한 분인데... (웃음)

    김의성 : 네. 그럴 수도 있죠.

    김어준 : 그럴 수도 있긴 합니다만 조금 신기합니다. 주연을 한 번도 못하신 건 맞죠?

    김의성 :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옛날부터 영화를 했었거든요. 예전에는 제가 주연도 하고 막 그랬어요. 예를 들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같은 영화에서도 주연을 했었고요.

    김어준 : 그런데 왜 주연인 줄 사람들이 모르죠?

    김의성 : 김어준 씨만 모를 수도 있죠. (웃음)

    김어준 : (웃음) 알겠습니다. 그런데 혼자 심사위원을 한다는 것도 굉장히 특이한데 왜 혼자 하시게 했을까요?

    김의성 : 글쎄요. 영화제에서 그 해 배우 한 사람의 영화 보는 눈, 배우 보는 눈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배우가 단독으로 심사하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영화제에서 어떤 상이건. 아마 그런 부분을 만들면 좀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렇게 심사한 지 한 3년 된 거 같습니다.

    김어준 : 혹시 본인 성격이 사나워서 다른 분이 안 한다고 해서 혼자 하시는 거 아니세요?

    김의성 :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요. (웃음) 이미 이 상은 3년 전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김어준 : 제가 왜 이런 질문을 드리냐 하면 SNS에서 화제이신데 사실 배우로는 드물게 트윗을 굉장히 직설적으로 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의성 : 그랬었는데 그 때는 잃을 게 없어서 많이 그렇게 했었는데 요즘 잃을 게 많이 생겨서 자제하고 있는 중입니다.

    김어준 :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예를 들어 여당 대표...

    김의성 : 예들지 마세요. (웃음)

    김어준 : (웃음) 여당 대표를 대놓고 욕한다든가... 이런 일로 혹시 연락받거나 고소 고발 당하신 적은 없으세요?

    김의성 : 전혀 그런 적은 없습니다.

    김어준 : 주변에서 너무 세게 하지 마라, 밥줄 끊긴다, 그런 이야기 들어보신 적 없으세요?

    김의성 :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 분이 굉장히 너그러운 분이셨던 거 같아요. 편하게 잘 받아주신 거 같아요.

    김어준 : 그렇다기보다는 너무 인지도가 낮아서 무시당한 거 아닐까요? (웃음)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당연히 블랙리스트에 들어있을 거 같은데 본인은 안 들어있긴 하더라고요. 확인해보셨죠?

    김의성 : 네.

    김어준 : 그런데 이제 들어있는 분들이 거의 만명 수준이지 않습니까. 이 분들 중에 아는 분들도 많을 텐데 혹시 이 블랙리스트에 들어있는지 모를 시절에 아, 이상하다, 요즘 왜 이렇게 안 풀리지,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김의성 : 그런 것들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저와 가까운 배우 한, 두 분은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과 여는 행사들에서 사회를 보고 이랬던 분들은, 그 분의 이름을 언급하긴 그렇지만 거의 20년 동안 한 번도 빼지 않고 TV 미니시리즈를 매년 해왔던 분인데 근 1년 가까이 일이 없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좀 인터뷰 자체가 이상한 것이 소위 문화인, 연예인 블랙리스트가 나왔으면 블랙리스트에 들어있는 분하고 인터뷰를 하셔야지 왜 블랙리스트에 없는 사람하고 이 블랙리스트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시는지 참 이해를 할 수가 없네요.

    김어준 : 왜냐하면 블랙리스트에 드신 분들은 사실은 들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개인적으로 화는 내지만 여기서 또 관련 발언을 하면 이미 리스트에 들어있는데 또 다른 불이익을 당할까봐 인터뷰에 응하시기 곤란해하시는 거 같아요.

    김의성 : 아, 그래서 제가 뽑혔군요.

    김어준 : 네. 그래서 안 들어있는 데다가 말도 함부로 한다고 알려진... (웃음)

    김의성 : 요즘 잃을 게 많아서 말 굉장히 조심하고 있는데... (웃음)

    김어준 : 그런데 피켓을 들고 계셨잖아요. 영화제가 꼭 독립되어야 한다고, 그런 내용의 피켓인 것으로 제가 봤는데 영화제는 왜 독립되어야 하는 겁니까?

    김의성 : 영화제라고 하는 것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영화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다양한 영화들을 모아서 최초 혹은 중요하게 공개하는 행사잖아요. 그랬을 때 이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혹은 정치, 사회적 혹은 또 다른 편견들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떤 검열도 가하지 않는 그런 영화들을 틀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를 상영하느냐 마느냐, 로 문제가 있었는데 이것은 영화제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거든요. 결국 그 문제로 인해서 영화제의 독립성이 침해를 받고 그 결과로 지금 부산영화제가 상당히 아쉬운 형태로 열리고 있거든요. 이것은 영화제 입장에서 봤을 때는 큰 손실이고요. 그래서 이 영화제의 독립이 중요하다는 것은 국가가 독립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라는 말하고 똑같이 왜 그래야 하느냐, 라는 설명이 좀 구차한 그런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문화,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모든 정치적 입장을 다 담아낼 수 있는 틀인데 한쪽만 담아내라, 혹은 이쪽은 안 된다, 라고 잘라버리면 다양성이 훼손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거죠?

    김의성 : 그렇죠. 다양성의 훼손뿐만 아니라 영화제의 권위 자체가 훼손되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서는 영화제 자체에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거든요.

    김어준 :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기 때문에 피켓을 드신 겁니까?

    김의성 : 일부분 해결된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아직까지 부산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을 맡고 계신 이용관 씨가 피고소 상태에 있고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세한 이야기를 하긴 그렇지만 말도 안 되는 그런 이유들로 그런 상태에 있고... 영화제와 관련해서 부산시에서 구체적인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그런 틀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영화인들이 보기에는 흡족하지 않은 상태인 거 같습니다.

    김어준 : 그렇군요. 아까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잠깐 했는데 영화산업은 제가 잘 모릅니다만 다른 문화 분야에 비해서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특히 그런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 거 같다, 이런 예상이 있는데 이제 배우나 개인 단위가 아니라 영화를 제작할 때도 자기 검열을 해서 이런 종류의 영화는 하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돈을 타낼 수 있는 영화제작에 신경을 쓴다거나 이런 움직임, 그런 느낌도 있나요?

    김의성 : 영화계는 사실 그런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집단 중 하나예요. 상당히 진보적이고 단단한 사람들이 뭉쳐 있는 곳이라서. 그런데 그런 것은 있죠. 투자, 배급사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로 이 영화는 이 정권 안에는 만들지 말자, 이런 영화들, 이런 시나리오는 지금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듣곤 합니다.

    김어준 : 아예 자체 검열이 미리 되는 거군요?

    김의성 : 그렇죠. 실제로 배급하고 상영하는데 불이익을 받았던 예들도 서로 좀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굳이 문제를 만드느니 좀 있다 만들자, 이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김어준 : 그렇군요. 아까 이제 잃을 게 많아져서, 알려져서 조심한다고 하셨는데...

    김의성 : 아, 그거 농담입니다. (웃음)

    김어준 : (웃음) 네. 농담인 줄 압니다. 오늘도 트윗을 봤거든요. 그런데 배우들이 혹은 더 포괄적으로는 연예인들이 자기 정치적 표현을 하는 것을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데... 그런데 대단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시는 분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요즘은 꼽히는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하시는 이유가 혹시 있습니까?

    김의성 : 그냥 그게 해도 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죠. 이걸 무슨 사명감을 가지고 한다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인 의지, 혹은 정치적인 신념, 또는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 이런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건 헌법에 보장된 자유니까. 그리고 그게 무슨 뭐 방송에 나오거나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 권리로부터 제외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하는 겁니다.

    김어준 : 당연한 권리이니까 나는 그냥 이 권리를 행사하는 거다?

    김의성 : 네.

    김어준 : 나중에 출마하려고 하는 거 아니다?

    김의성 : 아이...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제가 왜 그렇게 힘든 일을 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웃음)

    김어준 : (웃음) 제가 여러 트윗으로 화제가 된 이후에 프로필을 봤더니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셨더라고요. 그런데 영화제 피켓에 영어스펠링을 틀리셨더라고요.

    김의성 : 네. 아주 창피해죽겠습니다.

    김어준 :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죠?

    김의성 : 네. 그게 영어 스펠링이 길다 보니까, 큰 글자로 쓰다 보니까 그냥 어떻게 빼먹었는데 너무 창피하네요. 정말...

    김어준 : 'Independent'에서 'n'을 빼가지고 'Indepedent'로 만드셨던데요.

    김의성 : 네. 그것 때문에 놀림도 굉장히 많이 받았고...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뭐 그대로 제대로 잘 썼으면 한 10 정도 이야기됐을 것이 틀리고 바보 같이 되어서 한 100 정도 이야기가 되어서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외신 기자들도 굉장히 많이 가는 영화제인데 부끄럽네요. (웃음)

    김의성 : (웃음) 그 이야기는 이 정도에서 멈추시는 게 어떨까요.

    김어준 : 그런데 이 영화제 행사에 영화인들이 보이콧을 많이 했죠?

    김의성 : 네. 한 절반 정도는 지금 보이콧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어준 : 네. 그런데 평소 정치적 표현 강도로 봐서는 본인도 역시 이런 데 동참했을 것도 같은데 이번에는 굳이 가셨어요?

    김의성 : 네. 부산영화제 측에서 심사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고민을 좀 했는데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에 대해서 어필하고 외부 개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보이콧 하는 것도 방법이고 또 영화제에 도착해서 영화제 안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고, 또 영화제는 어찌 됐건 20년이 넘는 아주 소중한 자산이거든요. 부산국제영화제라고 하는 것은 한국영화계의 매우 소중한 자산이고 절대 잃을 수 없는 것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그 영화제의 연속성에 기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어려울 때 이런 식으로 돕는 것은 저한테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세례도 받을 기회고 말이죠.

    김의성 : 그런 것에 연연할 나이는 이제 지난 거 같습니다.

    김어준 : 사실은 배우시니까 영화 관련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시사 방송이라 많은 것은 못 여쭤보겠고...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배역 있으세요? 지금까지는 주로 나쁜놈 역할이었잖아요.

    김의성 : 네. 뭐 그런 거는 특별히 해보고 싶은 배역은 없고요. 매일 남자 배우들만 상대하니까 여자배우를 좀 상대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습니다,

    김어준 : 여자배우를 상대하는 나쁜놈이요?

    김의성 : 뭐가 됐건 하여튼 여자배우랑 해보고 싶습니다. 남자를 영화하면서 너무 많이 봐가지고 좀 힘듭니다. (웃음)

    김어준 : (웃음) 주연이 아니라도... 여배우와 많이 상대하는 배역을 달라, 감독들...

    김의성 : 네.

    김어준 : 진심이 담긴 거죠?

    김의성 : 뭐 좀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지만 여자배우들의 역할이 적어요. 영화 안에서. 특히 상업영화에서 여자배우 비중이 20% 정도 될까 말까거든요. 영화 한 편 안에. 이게 남자 배우 입장에서 밥 벌어 먹고 살기는 좋은데 건강한 영화 생태계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기본적인 양성평등을 생각하면 여성배우들의 배역이 좀 더 많이 늘어나고 활발하게 기회들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어준 : 여성이 주연을 하는 영화에 본인을 꼭 섭외해달라는 감독님들에 대한 호소 그런 거죠?

    김의성 : 건강한 말을 그렇게 이상하게 비틀어서 결론을 내리시네요. (웃음)

    김어준 :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고요. 서울 오시면 저희 방송에 꼭 한 번 나와주세요.

    김의성 : 네. 그러시죠. 편하게 한 번 이야기하시죠.

    김어준 :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의성 : 네. 감사합니다.

    김어준 : 지금까지 배우 김의성 씨였습니다.

    *

    김어준 : 이어서 사실 이 블랙리스트 사안이 최초 등장했던 것은 국감이었습니다. 그런데 국감장에 나온 담당 부처죠. 문체부 장관, 조윤선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없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이 블랙리스트 논란을 최초로 제기한, 그리고 본인도 역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교문위 간사를 맡고 계신 분입니다. 도종환 의원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도종환 : 네. 안녕하세요.

    김어준 : 네. 국회의원인데 블랙리스트에 오르셨어요. 제가 다 찾아보진 않았는데 대충 훑어 봤는데 국회의원은 없던데요. 어떻게 국회의원으로 올라가셨습니까? 거기?

    도종환 : 네. 뭐... 이 정부에서 거의 지금 많은 사람들이 리스트에 올라가 있을 거라고 봐요. 국회의원이니까 안 올라갔겠지, 이렇게 생각할 일은 아니고요.

    김어준 :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신데 그 이유를 본인도 모르실 테니까... 하여튼 의아했습니다. 아마 시인이니까 문화예술계로 분류했는데 국회의원인 줄 몰랐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처음에 어떻게 자료를 입수하셨습니까? 제가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가 뭐냐 하면 국감에 제출된 자료에는 문제 삼으신 발언 내용들이 삭제되어 있어요. 그런데 삭제되지 않은 원본을 어떻게 입수하셨죠?

    도종환 :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힘들고요. 국회에 제출한 회의록이 앞뒤 문맥이 잘 안 맞는 거예요. 읽어보니까. 이상하게 발언이 갑자기 끊어지거나 돌출적으로 튀어나오는 발언들이 있거나 뭔가 이상해서 확인을 다시 했어요. 그랬더니 틀림없이 원본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이상하다, 이게 원본이라면 이렇게 내용 맥락이 잘 안 맞을 수 있나, 해서 다른 경로를 통해 원본을 입수해서 비교해보니까 어떤 때는 한 단락, 어떤 때는 한 페이지, 어떤 때는 한 문장을 삭제하거나 편집하거나 조작한 것이 한 14페이지 정도 되는 거예요.

    김어준 : 총 몇 페이지였나요?

    도종환 : 45페이지 중에 14페이지입니다.

    김어준 : 1/3 정도가 삭제된 거네요?

    도종환 : 네. 삭제해서 보낸 거예요. 보낸 내용 중에는 이제 경총회장인 박병원 회장의 발언이라든가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 460억씩 거둬서 굴러가는 거 같다, 미르재단에 대해서, 또는 이제 문화예술위원회 전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면서 우리 예술위원들이 추천해서 책임심의위원들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 분들에 대한 신상파악을 해서 된다 안 된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등등 이런 거라든가, 기관 운영의 문제를 제기한 거라든가, 예산을 방만하게 쓰는 문제를 위원들이 제기한 거라든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싶은 것들은 자의적으로 다 편집하고 삭제해서 보낸 게 확인이 됐어요. 그래서 이제 이렇게 하면 국정감사를 할 수 없잖아요.

    김어준 : 그렇죠. 국정감사가 사실은 그런 부분들을 짚으려고 하는 건데 말이죠.

    도종환 : 그렇죠.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치면 되고, 또 잘 하면 되는 거거든요. 1년에 한 번 있는 국정감사에서 감사하기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했는데 허위를 제출하면 감사를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관행이라고 하면서 대답을 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죠.

    김어준 : 이해를 돕기 위한 여담 같은 것은 삭제할 수 있지만 이거는 여담이 아니라 핵심내용인데요. 그렇죠?

    도종환 : 그렇죠. 여담이기 때문에 삭제했다고 처음에 문화예술위원장이 이야기를 했는데 내용들을 보면 여담이 아니라 제일 중요한 내용들, 기관위원장 관련한 심각한 문제제기를 했던 위원들이 대화하는 내용 중에 기관 운영이 이렇게 되면 안 된다, 자율성이 없지 않느냐, 왜 위에다 물어보고 하느냐, 이런 심각한 내용들, 예산 이렇게 방만하게 쓰면 어떻게 하느냐, 이런 내용들을 다 자의적으로 빼버렸던 거죠.

    김어준 : 거기서 이제 삭제된 내용 중에 리스트가 있더라, 청와대에서 배제해서 빠졌다, 이런 발언들에 근거해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셨고, 그런데 바로 이어서 한국일보에서 실제 그 문서를 봤다고 하는 문화계 인사 인터뷰가 실렸어요. 표지에도 실렸고요. 혹시 이 자료 전체를 가지고 계시죠?

    도종환 : 블랙리스트 전체를 제가 갖고 있는 건 아니고요. 회의록 전체를 갖고 있어요. 회의록에 이제 위원들끼리 발언하면서 왜 추천하면 그 추천한 사람들이 안 되느냐, 이렇게 위원이 물어보면 이게 해당 기관에서 그 분들에 대한 신상 파악을 해서 된다 안 된다,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우리도 참 힘들다, 이런 이야기를 한단 말이죠. 그러면 해당 기관이 어디냐, 하는 의문을 갖게 되고... 왜 예술인들 신상 파악하는 데가 있느냐, 이런 질문을 갖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발언 중에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지니까 우리 직원들이 곤욕을 겪고 있다, 이런 대화내용들이 있어서 거기 리스트라고 분명히 명시하면서 말을 하니까... 이게 리스트가 있구나, 그렇지 않아도 실제로 심의에서 100점 맞아서 1등인데 배제가 된다든가,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다 끝내놓고 나면 다시 불러서 여기, 여기 10명은 빼주라,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안 된다, 그거 다 끝났는데 왜 빼느냐, 우리 못 뺀다, 그러면 7명이라도 빼줄 수 있느냐, 이런 식의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심사위원들이 전화로 제보해오고... 이러면서 그동안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을 갖고 한 1년 전부터 이 문제를 계속 짚어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문건을 통해서 확실히 확인이 됐던 거죠. 그런데 확인된 이후에 한국일보에서 여러 가지 명단 이런 것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게 되었습니다.

    김어준 : 그런데 조윤선 장관은 리스트 없다고 부인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리스트가 있는 게 확실하다고 반론을 제기할 만한 구체적인 제보, 사례, 증거가 있습니까?

    도종환 : 제일 확실한 증거는 내부에서 위원들이 심사하면서 이렇게 리스트 때문에 너무 힘들다, 곤욕을 겪고 있다, 라고 말을 한 게 정확한 증거이고요.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이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제보를 했어요. 그래서 그 음성녹음 한 것을 어제 국정감사장에서 틀었거든요. 심사위원이 직접 이야기를 하고 직원들이 와서 12명은 빼라고 하는데 못 뺐다, 그래서 제가 한 900여명이 넘는 신청자 중에 심사를 해서 102명을 창작기금을 지원하기로 선정을 했던 102명의 명단과 12명 빼라고 했다는 사람들을 대조하면서 혹시 무슨 세월호 서명에 참여한 사람이 있나 봤더니 6명, 그 다음에 정권교체를 바라는 작가들 서명에 참여한 사람이 있나 봤더니 5명, 그 다음에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던 사람 1명 이렇게 따지고 보니까 딱 12명인 거예요. 그래서 주로 블랙리스트로 분류가 되는 서명에 참여했던 사람과 그 다음에 선정된 사람들 명단을 대조하면서 12명 나온 것을 가지고 아, 이래서 12명이구나, 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국감장에서 보여줬고요. 이렇게 심사위원들의 저항이 심하니까, 문화예술위원회 직원들이 싸인 못한다고, 재심사 못한다고 하니까 12명을 제외해달라고 했던 것을 32명을 제외한 채 100명 뽑게 되어 있는 것을 70명만 뽑고 70명만 지원하고 나머지 예산 3억을 딴 데다 쓴 일이 있었던 거죠. 이런 과정들이 다 증거죠.

    김어준 : 12명인데 왜 12명인지 봤더니 리스트하고 정확하게 일치하더라, 그리고 위원들이 안 된다고 했더니 아예 예산을 삭제해버리고 사람도 줄여서 딴 데로 돌려버렸다?

    도종환 : 네. 그리고 이렇게 발언을 해요. 심사위원 5명이 이렇게 하면 우리는 을사오적이 아니라 을미오적이 된다, 문단의 을미오적, 우리 못 한다, 전두환 때도 이러진 않았다, 왜 우리의 손을 더럽히려고 하느냐, 우리 죽어도 못한다, 어떻게 작품이 우수해서 뽑아놓았는데 이 중에서 무조건 몇 명 빼라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빼느냐, 이렇게 저항을 하죠. 그러니까 아예 다 뒤섞어서 32명을 심사에서 배제해버린 그 결론을 내린 증거들을 어제 국감장에서 확인했습니다.

    김어준 : 그러니까 문인의 손으로 블랙리스트를 실행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문인들이 저항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 거군요? 말하자면?

    도종환 : 그렇죠. 심사위원들이 우리는 우리 손으로 그렇게 못한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작품이 우수해서, 1000편 가까운 작품 중에서 100편을 작품성을 갖고 심사해서 결론을 냈는데 갑자기 명단을 갖고 와서 빼달라고 하면, 그리고 싸인하라고 하면 누가 싸인을 하겠어요. 그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하고 심사한 사람으로서 책임이 있는데 무조건 빼 달라고 하니까...

    김어준 : 네. 그 사안은 분명히 이해했습니다. 이건 정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도 존재하고,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불이익을 당해서 논란이 된 현장도 그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회의록도 확인한 건데 삭제된 문서 속에 미르 관련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은 또 다른 별도의 큰 사안이라 오늘 다 다루지는 못할 거 같은데요. 제가 사실은 이게 굉장히 궁금했는데요. 뭐냐 하면 차은택 씨 관련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자료들을 쭉 많이 보셨을 텐데 종합적으로 볼 때 차은택 씨가 유명한 CF 감독이고 능력이 있어서 여러 일들을 맡은 것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너무나 전 방위적으로 특혜를 받았단 말이죠. 이 분이 왜 이렇게까지, 어떤 역할을 종합적으로 했기에 이런 혜택을 받았을까요? 어떻게 보세요?

    도종환 : 최순실 씨 집안에 어떤 아이를 말하자면 연예계로 와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어서 최순실 씨와 말하자면 함께 일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이게 능력이 있으니까, 실제 능력이 있지 않습니까. CF감독으로서. 그게 대통령 마음에 들었던 거죠. 대통령으로서는 창조경제의 핵심내용을 문화 쪽에서 만들어내고 싶었는데 창조융합벨트라든가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싶었는데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이제 하여튼 있는 힘을 다 해서 밀어준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이제 권력형 비리로까지 발전할 정도로 너무 깊숙이 이런 문제들이 퍼져나가게 된 거라고 봐요.

    김어준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석하시는 군요. 이 사안 관련해서는 저희가 따로 한 번 연결하겠고요.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도종환 : 네. 고맙습니다.

    김어준 : 네. 지금까지 국회 교문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도종환 의원이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

더 많은 기사 보기

개인정보처리방침  l  영상정보처리기기방침  l  사이버 감사실  l  저작권 정책  l  광고 • 협찬단가표  l  시청자 위원회  l  정보공개

03909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 31 S-PLEX CENTER | 문의전화 : 02-311-5114(ARS)
Copyright © Since 2020 Seoul Media Foundation TBS. All Rights Reserved.